14일 오후 3시, 창원 안계초등학교 5학년 2반 교실에서 막 수업을 끝낸 최석문(42·사진) 교사를 만났다. 교실 한 귀퉁이에 노란 리본이 붙은 기타가 눈에 띄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행사가 열릴 때마다 그와 함께하는 기타였다. 그는 이날 오후에도 기타를 메고 정우상가 앞에 선다. 즐겨 부르는 노래는 윤민석 작사·작곡의 '잊지 않을게'. 그가 세월호를 기억하는 이유는 뭘까.

최 교사는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공교롭게도 그는 6학년 학생들과 현장체험학습을 떠나던 버스 안이었다. 육해공군이 모두 투입돼 전방위적 구조를 하고 있다는 보도를 보고 아이들을 안심시켰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꼈다. 그는 "가라앉았거나, 구조됐거나 둘 중 하나일 텐데, 뉴스 화면에 뜨는 영상이 오전과 완전히 똑같아 섬찟함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퇴근한 그를 기다리고 있는 소식은 세월호가 사람들과 함께 침몰했다는 보도였다.

한 달 정도 우울증에 시달렸다. 바다에 잠긴 아이들, 제자를 구하려 배로 뛰어든 기간제 교사, 스스로 세상을 등진 단원고 교감 등 쏟아지는 뉴스를 교육자로서 온전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아버지로서 충격도 컸다. 그해 4월 1일은 첫째 딸 하은의 돌이었다. 그는 "부모로서의 마음을 처음으로 크게 느끼던 때였다"라며 "내게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어땠을지, 유가족들이 얼마나 괴로울지 생각했다"라고 했다.

최석문 창원 안계초 교사.
최석문 창원 안계초 교사.

그날 이후, 가족의 소중함이 더 절실해졌고, 제자들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고 고백했다. 그는 "최대한 가족에게 시간을 많이 쓰고, 제자들 안전에 예민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육부 등 공공기관에서 안전교육을 의무화했지만, 우리의 일상·노동 환경에서는 여전히 위험 요소들이 많고, 사고도 계속 벌어지고 있다"라며 "학교 주변에서 신호를 무시하거나 과속하는 차들을 볼 때마다 세월호를 떠올린다"라고 덧붙였다.

최 교사는 해마다 4월 16일이 돌아오면 노란 리본·배지 만들기, 추모 편지 쓰기 등 학생들과 세월호 관련 활동을 한다. 세월호 참사를 겪지 않은 학생들에게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제자들에게 세월호 참사 이야기를 하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묻는 친구들이 있어요. 단편적으로 드러난 사실과 추측들을 들려줄 뿐, 명확히 설명해 줄 수 없는 부분이 많아 답답합니다. 하루빨리 속 시원하게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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