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주차·단지 내 영업 보장
대단지 중심 도입 움직임 확산
아파트 "개인정보 보호 목적"
업계 "갑질 노출·도산 걱정"

최근 서울 한 대단지 아파트에서 택배차량의 지상도로 출입을 막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입주민과 아파트 보호'라는 명분과 '갑질'로 바라보는 가치 충돌이 도내에서는 출장세차 분야에서 발생할 조짐이다.

대단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출장 세차업체의 단지 내 출입과 관련해 '월 요금'을 부과하는 곳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월 요금 부과는 월 3만~10만 원가량 요금을 내면 아파트 출입과 단지 내 영업활동 등을 보장하는 게 속살이다. 창원시 한 대단지 아파트도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확약서를 업체로부터 받고 곧 시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아파트들은 개인정보 유출 방지·관리 차원에서 월 요금 부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창원 유니시티 아파트 관계자는 "세차 시간이 고정적이지 않아 발생하는 주차문제를 비롯해 쓰레기 방치 등 위생·환경적인 문제도 있었다"며 "특히 차량에 부착된 입주민 휴대전화 번호를 수집하고 무분별하게 영업활동을 하기도 해 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월 요금은 아파트 관리에 활용하고, 특히 요금을 낸 업체는 아파트 광고 게시판 등을 통해 홍보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아파트 측 견해와 달리 이러한 조치가 대형 업체 독점·중소업체 생존권 위협 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세차하는 모습(기사 내용과 관계 없습니다). /연합뉴스
▲ 세차하는 모습(기사 내용과 관계 없습니다). /연합뉴스

출장 세차업계에 따르면, 각 업체는 '월 세차'를 통해 수익을 낸다. 일주일에 한 번, 고객 차량을 관리해 주는 것인데 이용요금은 승용차 5만 원, 소형차 4만 원, RV(레저용차량) 6만 원 정도다. 업체에 따라 한 아파트 단지에서 10대 미만을 관리하는 곳도, 수십·수백 대를 관리하는 곳도 있다. 대당 관리 시간은 30~40분으로, 작업이 끝난 후에는 전단을 돌리는 등 상당한 시간 동안 홍보도 해야 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그동안 업체들은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또는 관리사무소 측과 소통하며 대부분 무리 없이 아파트를 드나들고 영업했다. 하지만 '월 요금' 부과로 고정 지출이 늘게 됐고 이에 따른 수익 감소 우려는 영세업체에 더 크게 다가오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수십·수백 대를 관리하는 대형 업체들은 월 3만~10만 원 요금이 크게 부담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환영할지도 모른다"며 "이미 일부 중소·개인업체는 대규모 단지 내 영업을 포기했다. 중소·개인업체 사정은 더 열악해질 것이고 이는 결국 대형 업체 독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대형 업체 간 경쟁에서도 살아남는 것은 수도권 업체가 될 것"이라며 지역 업체 경쟁력 약화·도산을 우려했다.

아파트 측이 불합리한 계약(확약)서를 내밀더라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호소도 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고객이 원해서 아파트를 방문하는데, 요금을 부과하는 게 맞는가 싶다. 일부 아파트는 작업 시간과 복장에 제한을 두기도 한다"며 "지켜야 할 사항은 늘어가는데, 일방적인 출입 금지·계약 해지를 막을 방법은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요금을 내지 않으면 출입이 막히고 고객은 다른 업체에 뺏긴다. 그 과정에서 업체 간 과당 경쟁·출혈이 생길 수도 있다"며 "아파트 세차 환경 개선이 목적이라면 불법행위·위반사항이 지적된 업체 출입을 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면 된다. 요금 징수는 없어도 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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