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장기간 집 떠나 고기잡이
여성이 자연스레 장례 주도해
생활터전 좁아 묘는 무인도에
진해문화원, 상례 보존회 발족
"전통 고증·재현 최선 다할 것"

진해연도여자상여소리는 1970년대 이전, 제덕마을에서 동남쪽으로 4㎞ 떨어진 연도라는 섬에서 상례를 치를 때 부르는 만가다. 모든 장례 절차가 여성이 중심이 되어 치러졌던 점이나 상여를 배에 싣고 다른 섬에 가서 무덤을 썼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진해문화원은 지난 9일 오전 10시 진해민속예술전수관 입구에서 '연도여자상여소리전통상례보존회' 현판식을 했다. 이 자리에는 우순기 진해문화원장을 비롯해 최인주 진해구청장, 정동찬 보존회장 등 관계 기관과 단체 인사 20여 명이 참석해 기념했다.

▲ 지난 9일 진해민속예술전수관에서 연도여자상여소리전통상례보존회 현판식이 열렸다. 왼쪽부터 진해문화원 전정희 송호철 정동찬 이사와 우순기 진해문화원장, 최인주 진해구청장, 이영대 최치광 부원장, 박상아 예술in공간 기획단장, 앞소리 맡은 심순이 민유식 씨.
▲ 지난 9일 진해민속예술전수관에서 연도여자상여소리전통상례보존회 현판식이 열렸다. 왼쪽부터 진해문화원 전정희 송호철 정동찬 이사와 우순기 진해문화원장, 최인주 진해구청장, 이영대 최치광 부원장, 박상아 예술in공간 기획단장, 앞소리 맡은 심순이 민유식 씨./정현수 기자

우순기 원장은 "연도여자상여소리가 전국에서도 흔치 않은 우리 지역의 귀한 문화 자산임에도 군항제 등 행사를 울음바다로 만들 수 없다는 이유로 연행되지 못한 게 안타까웠다"며 "이제라도 귀한 문화재임을 인식하고 철저한 고증과 재현을 통해 문화재로서 가치를 정립하고 시연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동찬 보존회장도 "처음 연도소리를 발굴하고 연습을 진행했던 일들에 대한 감회가 새롭다"며 "무형문화재로 등록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겠다"며 회원들의 적극적인 노력과 관심을 당부했다.

◇전승 노력 과정 = 1970년대 들어서 근해 어업과 양식업의 발달로 장정들이 정착어업을 하면서 여성에 의해 치러지던 상례는 점차 남자들의 일이 되었다. 아쉽게도 여성들만으로 치러지던 상례 자료가 남아 있지 않다.

현재까지 1981년 박용출 씨 부친 장례식이 연도의 마지막 상례라고 기록되어 있다. 2013년에 발간된 <진해문화> 11집에 '연도여자상여소리의 올바른 전승을 위하여'(박용철)라는 제목으로 당시에 있었던 장례 절차가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박 씨는 이 글을 쓰면서 "연도여자상여소리의 실제 마지막 장례를 치른 입장에서 상여소리의 올바른 전승을 위한 기록이다"라고 하였다.

▲ 2013년 하동공설운동장에서 열린 경남민속예술제에서 진해연도여자상여소리 행상이 재현되고 있다. /정현수 기자
▲ 2013년 하동공설운동장에서 열린 경남민속예술제에서 진해연도여자상여소리 행상이 재현되고 있다. /정현수 기자
▲ 진해연도여자상여소리 3과장 상여를 배로 운구하는 과정. /정현수 기자<br /><br />
▲ 진해연도여자상여소리 3과장 상여를 배로 운구하는 과정. /정현수 기자

△1980년대 들어서 연도의 상여소리에 관해 학자들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현장답사와 고증이 시작되었다.

△1984년도 박차생 진해문화원장과 진해시 공보계가 연도여자상여소리를 발굴하여 10월 경남민속예술제에 처음 출품하였다. 이때 동아대 강용진 교수가 고증했고 정신문화연구원 류종목 연구원이 두 차례 현장을 조사해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앞소리는 강정수 씨가 맡았고 장려상을 받았다.

△1986년 자료에 "10월에 열릴 전국 민속예술경연대회를 앞두고 경남도 예선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다듬고 정비하고 있다"고 되어 있으나 팸플릿 등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2001년 7월에 열린 제31회 경남도민속예술축제가 창원종합운동장 만남의 광장에서 열렸는데 여기서 '2001 지역문화의 해' 추진위원회로부터 '지역문화특성 프로그램'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03년 제32회 경남도민속예술축제 장려상 △2005년 7월 경남도민속예술제 참가, 9월 제6회 세계통과의례페스티벌 참가 △2007년 제34회 경남도민속예술축제 참가 △2009년 제35회 대회 참가 이조이 개인 연기상 △2013년 제37회 대회 특별상 △2015년 제3회 경남전통예술축제 참가 등으로 계승하고 있으며 예술in공간 기획으로 <연도댁 이야기> 공연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 2013년 하동공설운동장에서 열린 경남민속예술제에서 진해연도여자상여소리 행상이 재현되고 있다. /정현수 기자
▲ 2013년 하동공설운동장에서 열린 경남민속예술제에서 진해연도여자상여소리 행상이 재현되고 있다. /정현수 기자

◇왜 여성들이 상례를 치렀을까 = 진해문화원이 발간한 자료에 의하면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산이 섬의 대부분을 차지한 까닭에 주민들은 자연 고기잡이가 주 생계수단이었고 따라서 남자들은 고기떼를 따라 연중 내내 집을 떠나 있을 때가 많았다. 이처럼 여자들과 노인과 아이들밖에 없는 이 섬에 초상이 나면 부득이 여자들이 장례를 지내야 했는데 이것이 유래가 되어 이 섬마을의 고유 장례풍습으로 계승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왜 배로 상여를 운반하였을까. "이 섬은 워낙 작은 섬이라 묘지로 인해 좁은 생활터전이 잠식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맞은편에 있는 무인도서인 솔섬에 장사 지내는 습속이 수백 년간 철저히 지켜오고 있다."

현실적이지는 않지만, 연도에서 여자들이 상여를 메게 된 다른 이유 를 전설에서도 찾을 수 있다. "옛날 연도 동쪽에 장사샘이 있었다. 이 장사샘의 물을 마시면 엄청난 힘이 생기거나 아니면 반대로 몸을 쓰지 못하게 되었다. 그런데 샘물을 마시고 장사가 되면 오히려 어민들의 뱃길을 막는 악인이 되는 운명을 지니므로 마을 사람들은 아예 장사샘을 메워버렸다. 그 뒤로 연도에선 힘센 남자를 기피하게 되었고 생활도 주로 여자들이 주도하게 되었다. 샘을 메워버렸으니 남자들은 힘을 못 쓰게 되었기에 장사를 치를 때 여자들이 상여를 메고 상여소리 역시 여자가 맡아서 하게 되었다."

▲ 4과장 솔섬에 도착해 장지까지 상여를 메고 가는 과정. /정현수 기자<br /><br /><br /><br />
▲ 4과장 솔섬에 도착해 장지까지 상여를 메고 가는 과정. /정현수 기자

◇5과장으로 이루어진 짜임새 = 연도여자상여소리는 총 5과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행상이 있기 전날 밤부터 봉분을 다지고 돌아올 때까지의 과정을 5과장으로 나누어 재현했다. 상여소리(만가)의 후렴은 거의 비슷하나 지역에 따라 메기는 투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다. 양산 물안뜰 마을 상여소리의 후렴구가 "어~허~흥~어~허~흥 너화넘창 어~허~헝"이라면 진해 연도는 "에호 에~호 에가리 넘자 에~호" 하면서 받는다.

△1과장(전야제) : 발인 전날 밤 여자 상두꾼들이 빈 상여를 메고 횃불을 앞세워 동네 한 바퀴를 돌면서 이웃 사람들에게 하직을 고하는 의식이다. 이를 '상여어루기'라고 하며 예행연습이자 전야제로 혼령이 한을 풀고 섬을 떠나게 하려는 정성의 표시라고 한다. 이때 부르는 만가는 어땠을까. 진해웅천문화향토연구회가 발행한 <우리고장 문화유산>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세상 천지 만물 중에(후렴)/ 사립밖에 또 있던가/ 여보시오 시주님/ 내말 잠시 들어보소/ 아버님 뼈를 타고/ 어머님 살을 빌려…."

△2과장(발인제) : 발인제를 마치고 상여를 선창까지 운구할 때까지의 과정이다. 이때 부르는 상여소리를 2013년 하동에서 열린 경남민속예술제 공연 때 채록했다. 5과장까지 소개하는 상여소리는 이때 채록한 자료를 바탕으로 기록했다.

"이내 몸이 이제 가면 언제 다시 돌아올까(후렴)/ 내년 삼월 춘삼월에 꽃이 피면 다시 올까/ 자, 자, 자/ 이내 몸은 이제 가니 섭섭하기 한이 없네/ 동네 어른 잘있으소 나는 나는 떠나가요/ 가자 가자 어서 가자 북망산천이 재촉하네…."

△3과장(운구) : 상여는 망자의 집 앞에서 왼쪽으로 세 번 돌고 장지인 솔섬으로 배를 타고 건너가는데 이때 배 위에서 부르는 상여소리.

"모진 강풍 부지 마소 이 바다로 건너가요/ 고향 산하 이별하니 이내 맘이 섭섭하네/ 날씨 좋네 날씨 좋아 우리 동네 날씨 좋아…."

△4과장(상여 안장 및 평토제) : 배가 솔섬에 닿으면 미리 파둔 묘혈까지 비탈진 산길을 오르는 중에 부르는 만가와 상여를 안장하고 봉분을 다지는 노래로 이루어진다.

"하관 시간 열두 신데 열두 시가 다 돼간다/ 인간 팔심 다 살아도 가는 날이 서글퍼라…."

"어여루 가레야 가레 소리도 잘하구나(후렴: 어여루 가레야)/ 힘차게도 잘도 한다/ 우리 대맥군 잘하구나/ 떼도 잇고 흙도 여서/ 이 봉분을 지어볼까…."

△5과장(귀환과 뒤풀이) : 의식을 모두 끝낸 다음 상주와 슬픔을 함께한 모든 사람이 빈 상여를 싣고 오면서 망자의 혼을 위로하고 상주와 유가족의 슬픔을 달래는 과정이다.

"지야 칭칭나네(후렴 : 쾌지나칭칭 나네)/ 산천을 바라보니/ 처량하고 슬프구나/ (…) 섬아 섬아 연도섬아/ 살기 좋은 연도섬아/ 오늘날의 상두꾼아/ 널리 널리 고생했다/ 자네 한잔 나도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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