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리 육아 예능 출연 반대 청원도 나와
다른 형태 가족 향한 비정상 매도는 폭력

몇 달 전 본 지면을 통해 사유리의 비혼 출산과 관련한 글을 쓴 적이 있다. 사유리의 비혼 출산이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3~4인 가족을 중심으로 한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의 균열을 가져다 줄 것이며 다양한 가족, 제도 바깥에 존재했던 가족에 대한 존중과 인식의 확장을 가져올 것이라 기대했다.

그리고 실제로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는 가족의 범주를 확장하기 시작했고 다양한 가족을 인정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을 시작했다. 그것의 대표적인 방식이 바로 건강가정기본법의 개정과 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의 새로운 재편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여전히 불편한 사람들이 있고 이들은 매우 적극적으로 그들의 불편함을 말하고 있다. 사유리가 육아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사유리의 방송출연을 막아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공영방송은 올바른 가족관을 제시하고 결혼을 장려하며 정상적인 출산을 장려하는 시스템과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며 "비혼 출산이라는 비정상적인 방식이 마치 정상인 것처럼 여겨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청원 이유를 밝혔다.

올바른 가족관이란 무엇이며, 정상적인 출산은 무엇일까? 결혼하지 않은 채 출산하는 것, 결혼하지 않은 채 가족을 구성하는 것이 왜 비정상으로 인식되어야 하는 것인가? 결혼한 부부와 그 자녀로 구성된 가족만이 정상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놓고 그것에 속하지 않으면 비정상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비정상 아닐까?

정상적인 가족을 기준으로 그 바깥에 존재하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차별하고 배제하는 사회가 바람직한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누군가의 삶이 자기 기준에서 불편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불편함을 핑계로 다른 가족을, 다른 사람의 삶을 비정상이라 매도하고 배제한다면 그건 또 다른 폭력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한 개인이 결혼을 선택하지 않을 수 있고 결혼하지 않은 채 아이를 출산할 수도 있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그것이 불편하다 하더라도 비난받아야 하는 일은 아니며, 더구나 그것이 차별과 배제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 사회 출산율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출산율의 저하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누적되고 누적된 결과이다. 또한 한 가지 이유로 설명될 수 없는 매우 복잡한 삶의 문제와 얽혀 있다. 삶에 대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 없이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비혼 출산이 저출산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올바른 출산과 올바르지 않은 출산을 나누고 가족에 대한 견고한 틀을 유지한 채 그 바깥의 가족과 개인을 끊임없이 배제한다면 저출산은 해결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개인이 선택한 삶의 방식, 출산의 방식을 인정하고 비혼으로 아이를 낳았든, 한부모가 되었든 안정적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 어떤 방식의 가족이든 가족을 형성한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고 안정적 삶을 지원하는 사회가 되어야 출산과 양육에 대한 개인의 접근이 더 확장되는 것이다.

몇 달 전 사유리의 비혼 출산을 바라보며 했던 기대를 다시 한번 적어본다. 사유리와 그 자녀를 통해 기존의 가족 개념을 확장하고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는 사회가 되기를, 나아가 한부모가족에 대한 인식 개선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