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프형 눈에 튄 사례 다수…14세 이하 피해 60% 달해
커피 시럽 오인 타 먹기도…업체 "배출 각도 아래로"

펌프형 손소독제 사용 부주의로 안구 손상, 식품 오인 등 안전사고 사례가 늘어나자 제조·판매업체들이 용기 배출구 형태 변경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에탄올이 든 손소독제를 담는 용기에는 튜브형, 분사형, 펌프형이 있는데 시중에 가장 많이 생산, 판매하는 형태는 펌프형이다.

업계 관계자는 뚜껑이 없고 간편하게 누르기만 하면 손소독제가 나오기 때문에 조작법도 가장 단순하고 접촉도 최소화할 수 있어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안전사고가 잦은 손소독제 형태는 펌프형이다. 튜브형, 분사형은 뚜껑이 있거나 잠금장치가 있다.

4살 자녀를 둔 ㄱ(30·진주시) 씨는 "공공장소에 있는 펌프형 손소독제는 높이가 고정된 데다 뚜껑도 없이 누르기만 하면 나와 유아, 어린이 사고 등이 걱정된다"며 "아이들한테는 뚜껑이 있는 휴대용 튜브형 손소독제를 사용하라고 일러두는 편"이라고 말했다.

창원지역 아파트 엘리베이터, 상가, 건물, 매장 입구 등을 살펴보면 대부분 아이 눈높이에 맞춰 펌프형 손소독제가 비치된 곳이 많았다. 키 작은 아이들이 자칫 힘 조절을 못해 강하게 누르면 손소독제가 얼굴에 튈 수 있다.

▲ '먹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부착된 손소독제. /안지산 기자
▲ '먹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부착된 손소독제. /안지산 기자

커피전문점은 계산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음료에 타 먹는 시럽과 손소독제를 헷갈리지 않도록 손소독제에 크게 주의하라는 딱지를 붙여놓거나 출입명부 근처에 손소독제를 두고 있다.

지난해 1372소비자상담센터 등을 통해 위해정보를 수집하고 분석 평가하는 시스템인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에 접수된 손소독제 관련 사례는 총 69건으로 전년(4건)보다 17배나 늘었다.

위해 부위를 확인할 수 있는 55건 중 72.8%(40건)는 손소독제가 눈에 튄 사고였고, 손소독제를 삼킨 사례도 20%(11건)를 차지했다.

눈에 튄 사례 중 60%(24건)는 피해자가 만 14세 이하 어린이였다. 어린이 눈높이에 설치된 손소독제를 사용하다 눈에 튄 사례가 주를 이뤘다.

손소독제를 삼켜 소화계통에 위해를 입은 사례 11건 중 54.5%(6건)는 '만 15세 이상' 이용자가 커피전문점에서 손소독제를 시럽으로 오인해 음료에 넣어 마시거나, 짜먹는 음료같이 생긴 손소독제를 섭취한 사례였다.

이에 펌프형 손소독제 용기의 배출구를 아래로 향하게 만들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창원지역 온라인커뮤니티 '창원 줌마렐라'에 눈높이에 설치된 손소독제를 사용하다가 봉변을 당했다는 '눈에 손소독제가 들어갔어요' 게시글에 공감하는 누리꾼들이 많다.

▲ 빨대를 끼워 배출구를 아래로 향하게 한 손소독제. /온라인 캡처
▲ 빨대를 끼워 배출구를 아래로 향하게 한 손소독제. /온라인 캡처

매장이나 엘리베이터 등에 설치된 손소독제를 사용하다가 눈에 튄 사례였다.

한 누리꾼은 일반적인 펌프형 용기에 빨대를 끼워 배출구를 아래로 향하게 제작한 손소독제 사진을 공유하며 눈이나 옷에 튈 걱정을 덜 수 있다는 제안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중에 파는 펌프형 손소독제 용기의 배출구는 대다수가 정면이거나 약간 아래로 향하고 있는데, 수직으로 아래로 꺾인 형태는 없다고 말했다.

창원에서 손소독제, 화장품 등 관련 용기를 제작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손소독제 용기가 따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기존 샴푸, 린스, 화장품병 등으로 수요가 있던 상품들이 코로나19 상황에서 손소독제 용기로 사용된다"며 "안전을 염두에 두고 손소독제의 배출구가 수직으로 아래를 바라보는 제품은 생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손소독제 용기의 배출 부분 개선과 어린이 관련 주의사항 강화 등 안전조치 이행을 권고했고 위생용품 사업자정례협의체의 손소독제 제조·판매사들은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의 한 손소독제 제조업체 관계자는 "펌프형 손소독제의 배출 위치는 대부분 아래쪽으로 10~30도가량만 기운 형태"라며 "순간적으로 압력을 가하면 강하게 분사될 수도 있기에 손바닥에 정확한 조준이 힘든 경우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은 손소독제 라벨에 주의사항을 크게 새기는 등 소비자에게 사용 시 경각심을 줄 수 있는 방식으로 대처할 것"이라며 "업계에서는 펌프 용기의 배출 방향을 조금 더 아래쪽으로 향하게 제조하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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