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서 접한 참사 소식
사회안전망 무너졌다 절감
매년 진상 규명 촉구 동참

"세월호 7주기를 맞은 지금, 솔직히 제가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고, 혼란스러워요. 시민들은 계속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으니까요.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거리에 나서고 있습니다."

13일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사무실에서 만난 박미영(49) 사무국장 목소리가 떨렸다. 박 사무국장은 지난 8일 정우상가 앞에서 열린 촛불·손팻말 운동에 동참했다. '세월호 참사 7주기 경남준비위원회'가 세월호를 기억하고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자 기획한 릴레이 피케팅에서 마창여노회는 민주노총 경남본부와 함께 첫발을 뗐다.

2014년 4월 16일, 박 사무국장은 전북 남원에 있었다. 8년간 몸담았던 마창여노회를 뒤로하고 정처 없이 떠난 여행 첫날. 제대로 쉬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날 참사 보도를 접했다. 전원 구조됐다는 소식에 마음 놓은 것도 잠시, 숙소에 짐을 풀고 다시 뉴스를 틀자 참담한 소식들이 들려왔다. 그는 "홀로 있는 방에서 무섭고, 괴로웠다"라며 "금방 구조 소식이 들려올까 싶어 휴대전화를 벽에 기대놓고 뚫어지게 쳐다봤지만 똑같은 보도만 이어졌다"라고 그날을 기억했다.

이윽고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어디서 무슨 일을 겪을지 모르니 빨리 돌아오라는 연락이었다. 어머니 걱정을 덜어드리려고 '괜찮다'고 했지만, 결국 사흘 뒤 집으로 돌아왔다. 차분히 쉴 만한 상황도, 그럴 심정도 아니었다. 박 사무국장은 8년 만의 '쉼'을 반납하고, 참사 직후 경남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일어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촉구 촛불문화제에 함께했다.

▲ 13일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사무실에서 만난 박미영(49) 사무국장 목소리가 떨렸다.그는 "세월호 7주기를 맞은 지금, 솔직히 제가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고, 혼란스러워요. 시민들은 계속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으니까요.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거리에 나서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창우 기자
▲ 13일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사무실에서 만난 박미영(49) 사무국장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세월호 7주기를 맞은 지금, 솔직히 제가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고, 혼란스러워요. 시민들은 계속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으니까요.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거리에 나서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창우 기자

7년이 지났지만 바뀐 것은 별로 없다. 많은 기대를 받고 출범한 검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은 유가족과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제기한 의혹 17건 가운데 △해경 지휘부 부실대응 △청와대 진상규명 방해 등 2건만을 기소했다. △국정원·기무사 유가족 사찰 △고 임경빈 군 구조 방기 등 13건은 무혐의 처분됐고, 세월호 CCTV 영상녹화장치 조작 의혹은 특검 역할로 넘어갔다. 세월호 특검법은 국회에서 통과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특검후보추천위원회 구성조차 하지 못했다.

박 사무국장은 "언젠가 저 노란 리본의 물결을 마주하고 웃을 수 있길 바라지만 점점 무표정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대통령이 이런저런 약속을 했고, 많은 기대가 있었지만 지금 시민들 목소리는 허공에서 메아리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진상규명도 물론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세월호를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매년 거리에 나간다"라고 말했다.

매년 손팻말을 들 때마다 걸음을 멈추고 지켜보거나, 음료수·피로회복제를 건네는 시민들이 있다. 박 사무국장은 "나 역시 소심하고 평범한 사람이지만, 함께하는 사람들 덕에 덩달아 목소리를 낼 뿐"이라며 "모두가 각자 자리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세월호를 기억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너무나 평범한 사람들이 무너진 사회안전망에 희생됐다"라며 "진상규명이 끝나더라도 다시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일이 남아 있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월호 참사 7주기 경남준비위원회는 오는 16일까지 촛불·손팻말 운동을 이어간다. 16일 당일에는 창원 상남분수광장에 분향소를 차리고 문화제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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