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명 에피소드 중심으로 집필
가난·동성애·무대공포 등 다양
작곡가 대표곡·관련 영화 소개

클래식에 관한 책은 많다. 이 책에는 작곡가 29명의 개인사와 명곡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 담겼다. 이를테면 베토벤에게 난청과 실연은 창작열을 불태우는 원동력이 됐고 '천상의 방랑자'라 불리는 슈베르트는 볼품없는 외모, 곤궁한 삶을 살았다. 차이콥스키는 당시 금기시되던 동성애자로 교향곡 6번 '비창'은 자신을 위해 쓴 진혼곡과 같다.

저자 조희창은 음악평론가다. 월간 <객석> 기자, 월간 <그라모폰 코리아> 편집장 출신으로 현재 문화예술기관에서 클래식 강의를 한다.

저자가 작곡가의 삶을 책에 담은 이유는 "작품으로 들어가는 문과 같기" 때문이다.

"예술가는 작품으로 말하는 것이니 개인사는 중요치 않다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작가의 성품이나 삶의 형태는 작품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5쪽)

책은 클래식 입문자를 대상으로 한다. 1678년생 안토니오 비발디부터 1921년생 아스토르 피아졸라까지 연대순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작곡가 29명의 삶과 음악 이야기가 담겼다. 이 중에는 유일하게 한국 작곡가 윤이상이 포함됐다.

▲ 〈 클래식이 좋다 〉 조희창 지음
▲ 〈클래식이 좋다〉 조희창 지음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위대한 음악가라도 단점이 있고 아픔이 있구나.' 멀게만 느껴졌던 작곡가들이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우리에게 '천재 작곡가'로 알려진 모차르트는 단점이 많았다고 한다. 아버지의 과보호로 사회적응력이 부족했고 거만하고 음악계에도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가 거의 없었다.

쇼팽은 대중 연주회장보다 개인 살롱에서 연주하는 걸 선호했다. "나는 연주회에 맞는 사람이 아니다. 군중을 보면 겁이 나고, 그들의 열띤 숨소리를 들으면 숨이 막힐 것 같고, 호기심 어린 눈길을 받으면 몸이 마비되는 것 같고, 그 낯선 얼굴들에 말문이 막힌다."(140~141쪽)

'귀로 듣는 그림'이라는 평가를 받는 드뷔시 부모는 작은 그릇가게를 운영했다. 늘 가난에 허덕여 자신의 출신 배경에 대해 말하기를 꺼렸다.

음악에는 시대적 상황이 담기는 법이다. 스탈린 치하에서 작곡가로 활동했던 쇼스타코비치와 박정희 정권 당시 동백림(동베를린) 사건에 연루됐던 윤이상은 당대 정치적 상황이 음악에 영향을 미쳤다.

"이어 1927년 스탈린이 집권하면서 소비에트의 사정은 완전히 달라졌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할 일들이 '인민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이제 그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면서 살게 된다."(340~341쪽)

"석방 후 독일에 돌아온 윤이상은 맹렬한 기세로 곡을 만들었다. 1972년 뮌헨올림픽 문화축제에 위촉된 오페라 '심청'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중략) 동백림 사건 이후에 그는 예술가이면서 동시에 통일운동가이자 평화운동가의 길을 걸었다."(355쪽)

이 밖에도 '악마의 제자'라는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파가니니, 음악사 최고의 금수저 출신 멘델스존, 금발의 슈퍼스타 리스트, 광란의 지휘자 말러, 작곡계의 아이돌 스타 로시니 등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장마다 저자가 엄선한 작곡가의 대표곡 6곡과 QR코드가 삽입됐다. 또한 작곡가의 음악이 담긴 영화도 소개한다. 작곡가의 에피소드 중심으로 한 작곡가당 10쪽 미만 분량으로 읽는 데 부담이 없다.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에 한 장씩 읽으며 음악과 함께 잠들어도 좋다. 미디어샘. 392쪽.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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