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분야 판매만 호조세…신선·간편식 전문 매장화
1시간 내 근거리 배달 확대…중소 슈퍼마켓 타격 우려

코로나19 발생에 지난해 매장 판매매출 감소를 겪은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신선식품 강화, 근거리 생활권 배송으로 매출 회복에 나섰다. SSM이 자구책을 펼치면서 골목상권엔 타격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준대규모점포 SSM(Super Supermarket)은 대형유통그룹이 3000㎡ 이하의 직영점이나 가맹점 형태로 운영하는 기업형 슈퍼마켓이다. 대형마트보다 면적이 작고 출점 비용이 적게 들며 소규모 상권에도 입지를 할 수 있어 차세대 유통 업태로 주목받았다. 대형마트와 달리 주거지에 가까이 위치하고, 영세슈퍼와 달리 가공식품 등 다양한 품목을 취급해 골목상권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이런 흐름 속에서 경남지역 SSM은 9년 전보다 2배가량 많아졌다. 도내 SSM으로 분류되는 매장 중 롯데슈퍼(프레시앤델리), 이마트에브리데이, GS더프레시(옛 GS수퍼마켓),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서원유통 탑마트(매장 면적 3000㎡ 미만)만 계산해도 경남지역의 SSM은 120곳이다. 이는 2012년 59곳보다 급증한 것이다.

매장 수는 해마다 늘어났지만 코로나19 상황 속 비대면 소비가 자리 잡으며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SSM의 매장 매출은 감소세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유통업체 매출 동향 자료를 보면 2020년 SSM의 매장 매출은 2019년 대비 -4.8%로 대형마트(-3%)보다 많이 감소했다.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1분기 2.1%, 2분기 -10%, 3분기 1.6%, 4분기 -6.1%로 상승·하락을 오갔지만 전반적으로 하락 폭이 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소비자들이 한 번 살 때 대량으로 구매하려는 심리 때문에 오프라인 매출은 대형마트에 뒤진 것으로 파악한다"며 "골목상권에서도 편의점의 가정간편식 도입 등 발 빠른 혁신으로 경쟁력을 다소 잃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생활권 주변 작은 대형마트로 불리던 SSM은 다른 상권에 주도권을 내줬지만 여전히 식품군에서는 강세를 보였다.

산업부 유통업체 매출 자료를 보면 SSM의 2020년 식품품목(농수축산, 신선식품, 가공 조리식품) 매출 비중은 90.2%로 4년 전인 2016년(87%)보다 3.2%p 올랐다. SSM의 비식품 매출 비중은 2010년 중반 10% 초중반을 유지하다가 코로나19 상황에 접어들면서 10% 미만으로 떨어졌다.

▲ '신선·간편식 전문 매장'으로 전환해 문을 연 서울지역 홈플러스익스프레스에서 신선식품을 쇼핑하고 있다. /홈플러스
▲ '신선·간편식 전문 매장'으로 전환해 문을 연 서울지역 홈플러스익스프레스에서 신선식품을 쇼핑하고 있다. /홈플러스

SSM은 이런 흐름을 반영해 신선식품 강화, 생활권 배송에 나선 것이다.

최근 대대적인 매장 축소, 온라인 확장 전략을 펼치는 롯데슈퍼는 신선식품과 즉석조리식품을 강화하고 최근 매장 간판을 '프레시앤델리'로 교체하고 있다. 신선(프레시)과 즉석조리식품(델리)을 전면에 배치했다. 롯데슈퍼는 수도권 일부 매장에서 진행하는 1시간 배송 서비스를 전국 매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슈퍼 관계자는 "신선식품의 신선도를 직관적으로 나타내기 위한 이름"이라면서 "늘어난 1인 가구 등을 겨냥해 델리 코너도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는 2019년부터 점진적으로 전 매장을 신선·간편식 전문매장으로 전환하고 있다. 올해 2월 기준 전국 점포 342곳 중 103곳의 신선·간편식 비중을 30%에서 45%까지 확대했다. 올해 50개 점포를 추가 전환하는 등 2023년까지 250개 점포를 신선·간편식 전문매장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또 모바일 앱, 온라인몰에서 즉시 배송 상품을 주문하면 전국 직영 매장 253곳에서 매장 반경 2.5㎞ 내 가정에 배송도 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전환 후 누적 매출이 평균 15% 신장하는 등 효율적인 유통 모델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한 만큼 신선·간편식 전문매장을 지속 확대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SSM의 자구책은 유통 추세에 맞춘 적절한 변화라는 평이지만 골목 상권을 더욱 수축시키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창원지역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유수열 싱싱한나라 대표는 "우리 매장도 매출 93%(신선 68%, 상온 식품 25%)가 식품품목일 정도로 오프라인 슈퍼는 식품군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라며 "SSM은 대기업형 물류 체계로 신선 전환이 빠르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물류 체계가 취약한 동네슈퍼는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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