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에서 방영한 드라마 <시지프스>를 보고 있다. 드라마는 지난 8일 16화를 끝으로 종영했지만 애초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드라마를 접한 나는 다소 느긋하게 시청 중이다. 드라마는 미래의 사람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현재로 넘어와 숨어 사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와 연관한 사건을 그린다. 내 진도는 16화의 절반쯤 왔다. 보다가 한 대사가 눈에 띈다.

"중요한 건 말입니다. 어디에서 왔느냐가 아닙니다."

시지프스에서는 '어디가' 아닌 '언제'를 강조한다. 성경에 나오는 말세를 떠오르게 하는 이 대사는 시지프스 핵심이기도 하다. 미래에서 왔다는 것보다는, 왜 이 시점이 중요한가를 알려준다. 드라마는 그래서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어디서, 언제를 보다가 얼마 전 경남에서 있었던 한 사고가 떠올랐다. 모 기업에서 만든 제품을 운송하려고 온 운송업체 직원이 제품에 깔려 죽은 사고였다. 당시 해당 기업은 '운송업체는 우리 기업과 계약을 맺은 게 아니다', '우리는 정상적으로 제품을 만들어 납품했다. 운송 업체는 물건을 납품받는 업체와 계약을 맺고 일을 했다', '당시 우리 기업은 작업계획서에 따라 제품 싣는 일을 마쳤지만, 이후 운송업체에서 자체적으로 중심 등을 맞추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고 장소가 기업 안일 뿐이지, 사망사고 과정 등과 기업은 연관성이 부족하다는 취지였다. 물론 이 기업 입장도 일부 이해는 간다. 모든 지탄이 자신들에게만 쏠리니 억울할 수도 있겠다. 이때 시지프스 대사를, 살짝 돌려서 떠올려 본다. 무엇이 중요한가. '중요한 건 말입니다, 어디서 일어났느냐입니다'라고.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