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 입찰·공기 단축 만연
화재 방지 제도 정비 필요 제기

지난해 4월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냉동창고 신축공사 현장. 내부 마감 작업 중 지하 2층에서 시작된 불길이 유독가스와 함께 건물 전체로 확산한 사고로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쳤다. 12월에는 경기 평택시 청북읍 소재 물류창고 신축현장에서 건물 바닥이 붕괴하는 사고가 나 3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쳤다.

코로나19 확산과 1인 가구 증가 등에 따라 비대면 소비가 급격하게 늘면서 로켓·새벽·무료배송 등 물류시장이 급성장했다. 이에 따라 물류창고(센터) 건립이 늘었지만 전문성이 결여된 개발사업 난립, 관리주체 책임 불명확 등 문제도 동시에 불거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지난 6일 '포스트코로나 시대 안전보건 전망과 해결과제' 1차 포럼을 열었다. 온라인 녹화 방식으로 진행하고 나서 추후 공개한 1차 포럼에서는 '온라인 유통시장 확대·전환에 따른 물류센터의 위험성' 주제 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주제 발표를 한 김영백 중앙사고조사단 차장은 물류창고 공사가 경사지 선호, 폐쇄형 구조, 출입구·창호 최소화, 높은 층높이·칸막이, 철골구조·PC(프리캐스트 콘크리트)·샌드위치 패널 마감의 특징을 보인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이러한 특징이 화재 취약, 유독가스 발생 문제를 불러온다고 설명했다. 밀폐형·미로식 구조로 대피가 어렵거나 붕괴·추락·낙하 등의 위험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을 줄일 만한 대책은 부족하다. 물류창고 건설 사업은 저비용·고효율 수익성 이점을 살리고자 최저가 입찰·공기 단축이 만연해있다. 사업 대부분이 민간발주 투자로 진행되다 보니 안전시설 투자도 소극적인 실정이다. 전문인력 부족과 안전보건 전담조직 미비, 다단계 하도급 관행, 고위험 작업관리 부실, 피난훈련 미시행도 나타난다. 건축법에 물류창고 특성·위험성이 반영되지 않는 등 법·제도도 미약하고, 민간공사는 설계 안정성 의무검토 대상에서 빠지는 문제점도 있다.

김 차장은 이 같은 문제를 바로잡으려면 △사업구조 시스템 개선 △설계·시공 기술 개선 △위험작업 밀착관리 △물류창고 방재 시스템 재정비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공역량이나 안전수준을 함께 평가할 수 있는 최적격 낙찰제, 위험작업·위험구역에 대한 작업허가제 마련이 필요하다"며 "자동 화재감지 설비 도입과 피난계단·출입구 설치기준 개선 등도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배달 플랫폼 노동자 안전망 강화가 필요하다는 논의도 이어졌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오프라인에서 수행하는 플랫폼 노동자 약 67.8%가 배달·운송 노동자임을 밝히며, 플랫폼사·배달대행업체 근로감독 강화, 중대재해 조사 시행, 안전배달료 도입 등을 제안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