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무인갤러리 '바인딩' 개관
실험적 운영 방식으로 주목

"역발상을 할 수 있는 공간, 생산적인 무언가를 모색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3년 전부터 갤러리 개업과 운영방식을 놓고 고민해왔었는데, 건물 주인을 잘 만나서 여기에 무인 갤러리를 만들게 됐네요."(정진경 바인딩 대표)

창원 가로수길에 무인 갤러리가 생겼다. 예술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공간, '바인딩:BINDING'이다. 창원 의창구 용호동에 자리 잡은 '바인딩:BINDING'은 설치미술과 미디어 작업을 해온 정진경(41) 대표가 운영하는 개인 갤러리다. 지난 1일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조각과 순수미술로 학·석사 학위를 받은 정 대표는 내적 갈등 등을 주제로 작업을 이어온 작가다. 꾸준하게 개인 작업을 해온 그가 무인 갤러리를 열게 된 이유는 좁은 전시장에 누군가와 같이 있는 것이 관람객 작품관람에 방해요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택가 반지하에 자리 잡은 20평 남짓한 갤러리 안엔 직원이 따로 없다. 정 대표 역시 자리를 지키지 않는다. 이곳에서 전시를 보려면 도어록으로 잠긴 문을 직접 열고 들어가야 한다. 비밀번호는 문 앞에 적힌 대표 연락처로 전화하면 알려준다.

▲ 무인 갤러리 바인딩 외관.  /최석환 기자
▲ 무인 갤러리 바인딩 외관. /최석환 기자

"갤러리 관리자나 도슨트가 있으면 좋은 것도 있겠지만, 그게 항상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어떨 때는 그런 게 전시관람에 방해가 되기도 하더라고요. 편하게 전시를 계속 볼 수 있도록 돕고 싶었어요. 감시자도 관리자도 두지 않고 실험적으로 전시장을 운영해볼 계획이에요."

정 작가는 2015년부터 개인 작업실로 쓰던 공간에 갤러리를 차려놨다. 그가 사용하던 작업실은 모두 2곳이었는데, 그중 한 곳이 이곳이었다. 공간을 재밌게 꾸밀 수 있는 곳이라는 판단도 있었지만, 2년 치 월세를 면제해주겠다는 건물주 제안이 더해져 이곳에 바인딩을 만들게 됐다고 작가는 밝혔다. 그는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만 갤러리 문을 열어 관람객을 맞을 계획이다.

현재 갤러리에선 '관계: 우연의 조각들'이라는 이름으로 김근재 작가의 개관 기념전(5월 23일까지)이 열리고 있다. 15m짜리 긴 쇠기둥을 벽에 걸고, 그 위에 창원, 남해 등지에서 찍은 일상적인 사진 수십 장을 붙여놓은 전시다.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진 문을 닫고 남은 개인 작업실에서 작업을 이어가겠다는 게 작가의 계획이다.

"갤러리가 다양하게 보이면 좋겠어요. 방해하는 사람이 없는 곳이잖아요. 마음껏 오셔서 전시를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작가와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도 진행해볼 거니까요. 전시를 느끼고 가주셨으면 좋겠어요. 그게 잘되면 최고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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