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조형물·독특한 의상 눈길
기존 여성상 깨는 허황옥 중심
평등·공존·포용 가치 담아내

드디어 허왕후와 만났다. 지난 7일 김해시·김해문화재단은 창작 초연 오페라 <허왕후> 총연습 현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8~10일 본 공연을 앞두고 하루 일찍 가락국으로 시간 여행을 다녀왔다. 풍부한 철기 기술을 상징하는 무대 조형물은 관객 시선을 사로잡을 만했다. 문화 교류가 왕성했던 시대상을 반영한 독특한 의상도 눈길을 끌었다.

▲ 창작 오페라 <허왕후> 언론 공개 공식 리허설이 7일 오후 김해문화의 전당 마루홀에서 열리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창작 오페라 <허왕후> 언론 공개 공식 리허설이 7일 오후 김해문화의 전당 마루홀에서 열리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진취적인 여성상 담아 = 많은 사람은 오페라 하면 <카르멘> <피가로의 결혼> <나비부인> 등을 떠올린다. 오페라 본고장 이탈리아·독일·프랑스에 뿌리를 둔 고전이 갖는 힘은 막강하다. 2000년대 접어들어 한국 오페라가 쏟아져 나왔는데 <광개토대왕> <이순신> <안중근> 등 역사 속 위인을 소재로 한 작품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지금껏 여성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오페라는 드물었다. 김수로가 아닌 허황옥을 중심에 놓은 오페라 <허왕후>는 수동적이고 비련의 주인공으로 묘사하던 기존 여성상을 뒤집는다.

연출가 이의주는 "그동안 여성 주인공이 소비되는 방식은 주로 비극적이고 수동적으로 묘사했다"며 "허왕후는 자기 의지로 사랑하고 행동하며 결국엔 그녀를 통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고 말했다.

◇평등 정신으로 새 세상 열어 = '함께 먹고 함께 일해야'. 왕족의 땅 백성의 땅 구분없이 공존하는 세계를 만들고자 했던 김수로의 열망을 표현하는 노랫말이 맴돈다. 김수로는 화려한 옷을 입고 연회를 즐기기보다 백성과 같은 옷을 입고 철기 제조 작업장에 남아 늦은 밤까지 연구하는 데 여념이 없다.

무대디자이너 김현정은 "처음 대본을 읽고 떠올랐던 단어가 평등이었다"며 "하늘과 땅을 무대 안쪽으로 이어 붙이고 사선으로 들어 올려 왕과 백성이 공존하는 모습을 만들고자 무대를 꾸몄다"고 밝혔다.

▲ 철기 기술을 상징하는 조형물.  /김구연 기자
▲ 철기 기술을 상징하는 조형물. /김구연 기자

◇창작은 미완성 이제 시작 = 정형화된 레퍼토리를 벗어난 초연작은 기대감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낄 수밖에 없다. 비교 대상이 없는 것과 동시에 모든 것과 비교되는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 그럼에도 또 다른 한국 오페라의 등장은 의미 있는 작업이다.

신선섭 예술감독은 "500년 가야사는 역사적으로나 문화·예술적으로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고대국가다"며 "음악은 물론 미술, 건축과 의상, 드라마가 합을 이루는 종합 예술 오페라로 제작해 가야의 중요성을 김해시민은 물론 모두에게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다"고 전했다.

윤정국 김해문화재단 대표이사는 "다양한 지역문화 콘텐츠를 발굴하는 일은 한국 문화 지형 전체를 키우고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하는 길"이라며 "공존과 포용이라는 가야사의 가치는 '오래된 미래'이며 김해 문화도시는 '오래된 미래'를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페라 <허왕후>에는 소프라노 김성은·김신혜, 테너 정의근·박성규 등이 출연한다. 제작에는 작가 김숙영, 작곡가 김주원 등이 참여했다. 또한 김해시립합창단, 김해 최선희가야무용단,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함께했다. 이어 8∼10일 공연을 마친 뒤 수정 보완 작업을 거쳐 오는 하반기에 대구·서울 등에서도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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