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나오는 한 장면. 건축 구조기술사 박동훈(이선균)은 파견직원 이지안(이지은)을 뽑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나라고 생각했던 것들, 나를 지탱하는 기둥인 줄 알았던 것들이 사실은 진정한 내 내력이 아닌 것 같고…그래서 이런저런 스펙 줄줄이 나열돼 있는 이력서보다 달리기 하나 쓰여 있는 이력서가 훨씬 세 보였나 보지.'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 명함이나 공보물을 보면 각종 이력이 가득하다. 한 줄이라도 더 써야 '있어 보인다'고 여기는 듯하다. 유권자들이 후보를 선택하는 여러 기준 가운데 그런 이력들이 때로는 통한다. 평소 지역구를 터전으로 활동하지 않다가 선거 때 느닷없이 등장하는 인물이 많다. 이런 정치 풍토에서 유권자들의 후보 검증에는 한계가 있고, 이력은 최소한의 검증 기준이 된다.
4·7 재·보궐선거에서 오태완 의령군수 후보가 당선됐다. 오 후보는 선거 운동 기간 경력 허위 기재 논란에 휩싸였다. 선거 공보물에 적힌 경남도청 경력에 '1급 상당' '2급 상당'이라는 표현이 문제였다. 그는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 시절 '어공(어쩌다 공무원)'으로 정무특보가 됐다. '별정직 5급 상당'이 실제 직급이었다.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가 "사실이 아니다"라며 허위 경력이라고 판명했지만, 오 후보는 수긍하지 않았다. 도선관위를 상대로 행정처분집행정지 신청을 냈고, 창원지방법원은 각하했다.
이제 군수 신분이 됐지만, 그는 '허위 사실 공표'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해 법적 판단이 남아 있다. 선거법은 당선되거나 되게 할 목적으로 후보자 출생지·가족관계·신분·직업·경력·재산 등 허위 사실 공표를 금지하고 있다. 허위가 인정되면 당선무효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짧은 임기(1년 2개월) 동안 법정 다툼을 벌이다 끝날 판이다. 굳이 (괄호) 안에 넣지 않아도 될 내용을 표기한 이유는 뭘까? 오 군수 내력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