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위성·우주선에 큰 피해 주는 폐기물
우주강국들, 영화처럼 청소기술 개발 중

우주공간을 무대로 하는 공상과학(SF) 영화 <승리호>가 지난 2월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되었다. 개봉 초기 전 세계 넷플릭스 영화 중 시청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던 이 영화는 2092년을 배경으로 우주에 떠도는 쓰레기를 청소하는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영화 <승리호>는 우주쓰레기(Space debris)를 청소하는 우주청소부(Space sweepers)라는 가공된 이야기지만, 액션과 오락 영화로 한번 보고 지나치기에는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 <승리호>는 너무나 먼 미래의 픽션이지만, 우주쓰레기는 인류가 현재 당면한 팩트이기 때문이다.

우주쓰레기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아 버려진 인공위성, 우주발사체(로켓)에서 떨어져 나온 부품이나 잔해 등 인간이 우주에 버려둔 인공물이다. 우주쓰레기는 1950년대 인간이 우주개발을 시작하면서 등장하였다. 1957년 러시아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 첫 발사 이래, 2021년 1월 현재 유럽우주국(ESA) 자료에 의하면 인간이 쏘아 올린 인공위성 수는 1만 680개이다. 이 중에서 우주에 남아 있는 인공위성은 6250개이며, 작동 중인 위공위성은 3900개라고 한다.

작동하지 않고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 2350여 개는 고스란히 우주쓰레기라 볼 수 있다. 또한, 인공위성·로켓에서 떨어져 나오거나 충돌 등으로 부서진 파편까지 합쳐 지구에서 관측·추적 가능한 우주쓰레기는 2만 8210여 개라고 한다. 관측할 수 없는 작은 파편까지 합치면 10㎝ 이상이 3만 4000개, 1~10㎝ 크기가 90만 개, 1㎝ 이하가 1억 개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 양은 9200t에 이른다고 한다.

우주쓰레기는 정지해 있는 것이 아니라 지구궤도를 따라 돌고 있다. 그 속도가 총알보다 7배 이상 빠른 초속 8~10㎞의 속도에 이른다고 한다. 우주에 떠도는 1㎝의 작은 파편일지라도 시속 40㎞ 속도의 자동차 충돌 에너지와 맞먹는다. 이처럼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는 우주쓰레기는 멀쩡한 인공위성과 우주선을 파괴하거나 구멍을 내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일례로 국제우주정거장(ISS)이 우주쓰레기를 피하기 위해 무려 28번의 충돌 회피기동을 했을 정도라고 한다.

우주쓰레기가 또 다른 우주쓰레기를 유발할 수도 있다. 우주쓰레기와 충돌해 파괴된 인공위성이 수많은 파편을 발생시키고, 이 파편들이 또 다른 위성을 파괴하는 연쇄폭발의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악순환의 시나리오를 1978년 처음 제기한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과학자 도널드 케슬러의 이름을 따 '케슬러 증후군'이라고 한다.

인류는 이미 우주에 쏘아올린 인공위성에 의존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통신·방송·GPS·기상관측 등 수많은 일을 가능케 하는 인공위성이 없다면 인류는 큰 혼란에 빠지고 말 것이다. 이 때문에 우주쓰레기는 더 이상 영화 속 가상 이야기가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꼭 해결해야 할 일이 되었다.

우주쓰레기는 지구궤도를 돌다가 서서히 고도가 낮아져 대기권으로 진입해 불에 타 없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지상으로부터 500㎞ 궤도의 쓰레기는 25년, 800㎞ 궤도의 쓰레기는 150년, 1200㎞ 궤도의 쓰레기는 무려 2000년 동안 궤도를 돌다가 지구 대기권으로 낙하한다고 한다. 우주쓰레기의 자연소멸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이에 미국, 유럽 등 우주강국은 우주쓰레기로 인한 위협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 그물·자석·작살·로봇팔 등으로 쓰레기를 직접 포획하여 처리하는 청소위성을 발사하거나, 레이저로 우주쓰레기를 분해시키고 궤도에서 이탈시키는 방법을 실험하고 있다. 그렇게 머지않은 미래에 픽션이 아닌 현실이 된 청소우주선 <승리호>를 만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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