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회 역량껏 제·개정에 참여
위원 연령·지자체 보조 범위 등
지원·예산·활동 규정 보완 가능
관련법 부실·한계 극복 카드로

지역을 가꾸는 조례가 비록 법률이 정하는 범위를 넘어설 수 없다는 명백한 한계가 있지만, 지역에 사는 우리는 조례와 함께 재미있게 놀아야 한다. 주민자치를 하자는 주민자치회는 더 그렇다. 몇 장 안 되는 내용이지만 읽고 물고 뜯고 분석해야 활용할 수 있다.

내가 사는 시군 주민자치회 조례가 어떤 내용인지 보고 싶으면 '법제처(https://moleg.go.kr/)'에 들어가면 된다. 그곳 '자치법규' 창에는 전국의 모든 조례가 있기 때문에 각 시군별 조례의 특징, 장단점까지 비교할 수 있다.

◇법제처에는 전국 조례가 다 있다

주민자치회 조례에는 관련 법률이 담을 수 없는 주민자치회 지원, 예산, 활동 규정을 폭넓게 정할 수 있다. 지금은 관련 법률조차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조례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조례를 바탕으로 각 읍면동 주민자치회는 별도의 운영세칙을 두고 있다.

자신이 사는 시군 주민자치회 조례와 다른 시군 조례를 인터넷사이트 '법제처'에서 같은 식으로 검색하면 잘 된 건지 못 된 건지 비교할 수 있다.

창원시와 거창군 주민자치회 조례를 비교하고, 도시지역에서 조례가 가장 앞섰다는 '서울시 금천구 주민자치회 실시 및 자치회관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와 농촌지역 우수 조례로 소문난 '경북 의성군 주민·마을자치회 시범실시 및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를 검색할 수도 있다.

▲ 지난해 12월 창원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가 창원시 주민자치회 관련 조례 개정안을 심의하고 있다. /창원시의회
▲ 지난해 12월 창원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가 창원시 주민자치회 관련 조례 개정안을 심의하고 있다. /창원시의회

◇창원시와 거창군 조례

창원시 주민자치회 관계자들은 지난해부터 치열하게 조례 개정 논쟁을 해왔다. 그만큼 조례에 대한 이해도와 활용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개정된 '창원시 주민자치회 및 주민자치센터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는 개정 과정에서 몇 가지 논란이 있었다.

당시 창원시가 입법예고한 초안에는 주민자치위원 자격을 공직선거법에 준해 '만 18세 이상으로' 제한하려 했으나, 입법예고 과정에서 시민들이 제한철폐 의견을 내고 시의회 기획행정위가 이를 수렴하면서 연령 제한을 없앴다.

개정 뒤에도 논쟁은 계속됐다. 창원시 입법예고안 제13조(주민자치회의 장)에는 "회장·부회장은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로 정했으나, 시의회가 심의 과정에서 '기회균등의 원칙'을 들어 "연임할 수 없다"로 수정·가결한 것이다.

이에 대해 창원시주민자치회협의회 등은 "행정안전부 표준안에도 없는 내용이다. 주민자치위원들이 돌아가면서 회장·부회장을 해야 한다는 기회균등의 원칙을 내세워 실정에도 맞지 않는 비민주적 결정을 했다"며 반발했고, 재개정을 촉구했다.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지금 관련 조례의 재개정 작업은 어떻게 진행됐을까. 해당 상임위인 창원시의회 기획행정위 백태현(국민의힘) 위원장은 "재개정 논의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연내에 재개정 심의를 할 계획이다. 문제가 된 회장·부회장 연임제한과 읍면동장 추천 10% 부분을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측 간사인 이우완 의원도 "창원시주민자치회협의회와 주민자치위원 단체와 간담회를 거쳐 재개정 논의를 준비할 계획"이라며 "지금은 읍면동 주민자치회가 길을 열어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관련 조례의 역할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내에서 가장 오랜 주민자치회 역사를 가진 거창군. '거창군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및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에는 오랜 역사가 녹아있는 비장의 카드가 있다.

주민자치회 조례가 정한 대로 "지역현안 및 주민참여에 관한 사항으로 주민자치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거창군이 최대한 예산 지원을 한다. 그런 만큼 주민자치회가 보조금과 공모사업 틀을 벗어날 수 있다.

창원시와 거창군 등 각 시군의 읍면동 주민자치회가 주민자치에 무관심한 중앙정부와 국회가 주민자치회 관련법을 묵살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조례를 통해 힘을 키워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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