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임차 지난해 4월 개관 …지역 예술인에 전시공간 지원
1년간 400여 명 전시회 참가 …대관료 등 비용 부담 덜어 호응
작품 판매로 수익 창출 도모 …서울 화랑가와 전시 기회도

이강민(51·창원시 의창구) 작가는 지난해 10월 7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경남 출신 예술인 지원 전시공간 '경남갤러리'에서 대관료 150만 원을 내고 개인전을 했다. 생애 처음으로 서울에 차려놓은 개인 전시였다. 서울에서 열린 단체전엔 여러 차례 작품을 내건 적이 있었지만, 개인 작품전을 이곳에서 연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그는 "경남도가 저렴한 비용으로 전시공간을 내준 덕에 서울에서 처음으로 전시를 열 수 있었다"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장치길(60·통영시 미수동) 작가는 같은 달 28일부터 31일까지 경남갤러리에서 4일간 개인전을 가졌다. 6~7차례 서울에서 개인전을 해봤다는 장 작가에게도 지난 전시는 뜻깊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경남지역 작가가 서울에 가서 전시를 개최하려면 대관료, 작품운송비, 홍보비 등 부수적으로 들어가는 돈이 상당한데, 도가 대관료를 적게 받아 비용면에서 큰 혜택을 봤다는 것이다. 작가는 "지방작가가 서울에 가서 전시하려면 경비가 1000만 원 가까이 깨진다. 맨땅에 박치기를 하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저렴한 대관료는 작가에게 큰 도움이 된다. 경남갤러리를 만든 건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경남갤러리 개관 1주년 기념전시회가 열리고 있다.<br /><br />/경남갤러리
▲ 경남갤러리 개관 1주년 기념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경남갤러리

지난해 4월 서울에 착륙한 경남갤러리가 도내 작가들을 중심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경남갤러리는 종로구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5층에 들어선 88평(290㎡)짜리 전시공간이다.

이곳은 도내 작가들의 활동을 돕기 위해 미술시장이 가장 큰 서울에 경남도가 도비로 건물을 임차한 곳이다. 7일로 개관 1돌을 맞았다.

도는 매월 임대료 1800만 원, 2년 계약을 조건으로 해당 건물을 빌려 지역 예술인을 지원하는 갤러리를 만들었다.

운영 권한은 경남미술협회(경남미협)에 위임했다. 운영 주체로 선정된 경남미협은 서울에 사는 경남 출신 작가를 큐레이터로 뽑아 갤러리 전반을 운영 중이다.

▲ 경남갤러리에 전시됐던 작품 사진. 왼쪽부터 천원식 작 '천상의 선물-비밀정원'.
▲ 경남갤러리에 전시됐던 작품 사진. 왼쪽부터 천원식 작 '천상의 선물-비밀정원'.
▲ 아래는 경남갤러리에 전시됐던 작품 사진. 박두리 작 '꿈꾸는 나무'.
▲ 경남갤러리에 전시됐던 작품 사진. 박두리 작 '꿈꾸는 나무'.

지난 1년간 경남갤러리에선 각 시군별 지부장이 참여한 개관기념전을 시작으로 지역 중진작가와 청년작가전, 지역작가 개인전, 한국미술협회 통영·거창지부전 등이 잇따라 열려왔다. 현대옻칠회화, 경남사진작가협회전 등도 개최된 바 있다.

시세가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도가 임차한 건물 주변 대관료는 500만~600만 원 정도로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는 지역 예술인들에게 이보다 저렴한 비용(150만 원)으로 전시공간을 내줘왔다. 대관료와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비용 문제 탓에 서울에서 개인전을 개최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던 지역 예술인들에게 3~4배가량 저렴한 비용으로 작품을 선보일 수 있게 해주고 있는 셈이다.

갤러리 개관 이후 1년간 경남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한 작가는 400여 명에 이른다. 갤러리가 집계한 관람객 통계에 따르면 이 기간에 갤러리를 다녀간 관람객은 1만 1541명이다. 월별로 많게는 1558명까지 발길이 이어졌다.

▲ 아래는 경남갤러리에 전시됐던 작품 사진.김덕천 작 '판도라의 상자'.
▲ 경남갤러리에 전시됐던 작품 사진.김덕천 작 '판도라의 상자'.
▲ 아래는 경남갤러리에 전시됐던 작품 사진. 노혜정 작 '수류헌의 봄Ⅰ'.
▲ 경남갤러리에 전시됐던 작품 사진. 노혜정 작 '수류헌의 봄Ⅰ'.

이곳에서 일부 작가들은 작품 판매로 2000만 원가량 수익을 내는가 하면, 갤러리 전시를 계기로 서울 화랑가의 선택을 받아 또 다른 작품전을 서울에서 열자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 전시 개최에 그치지 않고 나름의 성과를 달성한 것이다.

박두리(63·창원시 마산회원구) 작가는 "경남갤러리에서 작품이 많이 팔렸다. 작품 30여 점을 가져가서 100호와 300호, 900호 등 큰 작품을 판매해 2000만 원 정도 수익을 냈다"며 "서울에 있는 화랑 3곳에서 같이 전시를 해보자는 제안을 받았었다.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면서 혜택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그러면서 "인사아트센터라는 건물은 모두가 전시를 하고 싶어 하는 인사동의 상징적인 전시공간이다. 인사동이 예전처럼 전문적인 화랑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여전히 상징적인 화랑이 많아서 아직까진 괜찮은 곳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우순근(49·창원시 의창구) 작가는 "개인전을 여는 동안 같이 전시를 해보자는 제안을 2곳에서 받았었다. 한 곳은 일정이 빠듯해서 내년에 하기로 얘기가 됐고, 다른 한 곳은 올해 10~12월 중에 시간을 비워달라고 연락이 와서 그때쯤 전시를 같이 하게 될 것 같다"며 "작가에겐 전시를 좋은 곳에서 열고 싶은 욕심이 있다.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생각보다 덜 온 점은 아쉬웠지만, 저렴하게 150만 원만 내고 인사동에서 전시를 연 건 엄청난 일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서울에 앞으로도 계속 갤러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부산에도 하나 더 만들어지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남미협은 도가 건물을 임차한 기간인 2년간 갤러리를 운영하기로 합의한 상황이지만, 추후 이와 관련해 기간 연장 등을 도에 요청할 계획이다. 이르면 올 연말께 관련 절차가 진행될 전망이다.

천원식 경남미협 회장은 "작가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건물, 모두가 알고 있는 건물이 바로 인사아트센터다. 서울에서 그것도 인사아트센터에서 전시를 한다는 건 정말 어렵고 힘든 일"이라며 "지역 작가들의 서울 진출을 돕고 창작열을 고취하고자 경남갤러리 개관을 공약으로 내세운 적이 있었다. 인사동의 위상이 여전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갤러리는 인사동에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7일부터 '경남갤러리 개관 1주년 기념전'이라는 이름으로 경남갤러리에서 전시가 열리고 있다. 말 그대로 개관 1돌 기념 전시다. 전시는 오는 26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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