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가요 부르고 먹방 담은 영상 넘쳐
자극만 주지 말고 정서 고려한 방송을

요즘 동요 부르는 아이는 없다. 그렇게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동요가 아이들의 정서에 맞지 않아서? 하긴 나도 첫째, 둘째와 달리 늦둥이 막내와는 동요 한 번 함께 불러본 기억이 없으니 할 말이 없다. 아주 어렸을 때 동요를 틀어놓으면 잘 듣긴 했는데, 초등학교 들어가고 학년이 올라가면서 아이는 동요보다 아이돌에 점점 빠져들었고, 중학생인 지금은 학교에서 배우는 가곡이나 민요조차 후지고 따분한 노래로 취급해버린다. 차츰차츰 동요는 아이들에게서 동떨어져 나가고 버림받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요즘 어린이가 TV에 종종 모습을 드러낸다. 동요를 부르려고 TV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성인가요를 부르려고 나온다. 아이 입에서 사랑이 어쩌니 실연이 어쩌니 가사를 제대로 음미하면서 부르는지 몰라도 절절하게 잘 부른다. 그걸 보고 어른들은 손뼉을 치고 환호하고 난리다. 정동원이 출연하는 방송을 두고 하는 말이다. 물론 정동원이 나오는 방송뿐만 아니라 다른 유사한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방송에 출연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아이의 정서에 맞는 뭔가를 시켜도 시켰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어른들이 잘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요즘 방송 문화가 시청률에 목을 맨 탓일 것이다. 만약 그런 프로그램에서 아이에게 동요를 부르게 한다면 오히려 '개그'로 취급받지나 않을까 싶다. 아이의 정서 따윈 아예 무시해버린 방송 행태가 이제 너무 익숙해져 버린 탓일 것이다.

문화가 사람들의 인식을 바꾼다. 특히 방송처럼 전파력이 강한 매체는 사람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먹방'만 봐도 그렇다. 유튜브 같은 곳에서 '먹방'이 인기를 끄는 걸 보고 방송에서 따라 하는 건지, 방송에서 인기가 있으니 유튜브 같은 채널로 확산한 건지 알 수 없지만, 서로 경쟁하듯 부추기며 방송을 하다 보니 이제 TV를 켜건 컴퓨터를 켜건 안 보려야 안 볼 수 없을 정도로 만연해 있다. 내 얘기는 이게 옳은가 하는 거다.

이제 사람들에게 자극만 주는 프로그램 자제했으면 한다. 적어도 공영방송에서만큼은. 상업방송도 좀 지킬 것 지켜주면 좋겠고.

예전엔 지상파 방송에서 매주 동요를 들을 수 있었다. 그 동요를 아이와 함께 보면서 아기염소도 같이 부르고 턱수염 난 화가 아저씨도 이중창으로 불렀다. 방송의 이랬던 문화가 가정을 화목하게 만들고 나아가 아이들을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게 하는 배경일 것이다. 솔직히 정동원 홍잠언 김다현 같은 아이들이 트로트만 부를 게 아니라 방송에서 동요도 불러준다면 좋겠다. 방송에서 그렇게 프로그램을 짜서 동요 부르는 문화를 만들어주면 좋겠다.

MBC창작동요제 같은 그런 프로그램도 다시 생겨났으면 좋겠다. 그런 거라도 있어야 동요를 만드는 작가들도 많이 생겨날 테고 학교에서도 어린이들의 동요 부르는 소리가 메아리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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