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공장 해고 비정규직 한숨
재취업 프로그램도 효과 미미
"예견된 일…대응책 서둘러야"

지난해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대량 해고 문제 해결을 위한 노사정 합의가 이뤄지고 나서 열린 기자회견. 해고 노동자 표정은 밝지 않았다. 일터 복귀는 물론 합의 이행 자체가 불확실했기 때문이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현장 복귀는 없었고, 고소·고발만 남았다. 지난해 시행한 재취업 프로그램도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해 비정규직 한숨은 늘어가고 있다.

◇합의 내용·형식 우려 = 2020년 1월 21일 오후 창원고용노동지청에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 사태' 해결을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지엠 부사장과 여영국 전 국회의원, 경남도 일자리경제과장, 노동조합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날 노사정은 △창원공장 2교대 정상 운영 시 비정규직 해고자를 우선 채용할 것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의 대법원 승소 판결 시 즉시 채용할 것 △고소·고발 취하를 위해 노력할 것 △비정규직은 실업급여와 재취업 프로그램 등을 통한 생계투쟁으로 전환할 것 등이 담긴 비정규직 총고용 관련 합의를 했다.

우려는 바로 나왔다. 불법파견 문제를 수년간 해결하지 않은, 한국지엠 사측이 보여준 행태도 있었고 사측 대표자 서명이 빠진 탓이다. 대량해고 무효 처리는 담기지 못했고 '노력한다' 등의 문구도 논란이 됐다. 결국 1년 뒤, 현장 미복귀와 비정규직 17명 고소·고발이 겹치면서 합의안 실효성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재취업 미미 = 합의안 주요 내용이었던 '재취업 프로그램'도 효과가 없었다. 2019년 12월 비정규직 585명이 해고되자, 경남도·창원시는 '자동차산업 퇴직인력 재취업 지원 사업'을 통해 고용 유지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예산 90%를 지원하는 이 사업은 자동차산업 퇴직인력을 채용하는 기업에 9개월 동안 1명당 최대 250만 원 인건비를 지원하는 게 골자였다. 애초 이 사업은 2020년 2월 종료 예정이었지만, 경남도·창원시 요청이 받아들여져 지난해 연장했다. 지원 대상은 전국 650명이었고, 창원·울산·군산은 우선 지원한다는 기준도 붙었다.

취지는 좋았지만 결론적으로 사업은 실효성이 부족했다. 7일 경남도는 이 사업으로 재취업에 성공한 노동자가 193명이라 밝혔다. 이 중 한국지엠 해고 노동자는 1명에 불과하다. 도 관계자는 "신청 자체가 적었고, 해고 노동자와 업체 간 요구 직무에도 차이가 있어 매칭이 잘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지회는 "고용이 보장되지 않다 보니, 차라리 직접 일자리를 찾는 게 낫다는 이야기가 많았다"며 "지원금 250만 원도 업체 몫이어서, 실제 노동자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에 그쳤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이 일부 수정됐으면 좋았겠지만, 정부 예산이 주를 이뤄 지역 내 대응에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행정 나서야 = 지난 3월 한국지엠은 카허 카젬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창원공장 내 도장공장 준공식을 했다. 한국지엠은 이곳에서 2023년부터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을 생산하며 경영 정상화를 꾀할 계획이다.

비정규직지회는 한국지엠 계획 추진에 앞서 노사정 합의를 체결했던 이들, 특히 행정이 합의안 이행 요구에 함께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회는 "최근 사측은 '현재 자연감소 인원이 발생해도 대체할 만한 여력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며 "사실상 합의안 이행을 회피하고 있으므로, 합의 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미이행 때 대응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회는 또 평택시의회가 '현대위아 비정규직 노조 불법파견 소송 신속 판결 촉구 건의문'을 채택한 점을 들며 지역 정치권과 행정 역할을 거듭 당부했다. 지회는 "불법이 경남지역에서 묵인되지 않도록, 대법원에 계류된 한국지엠 비정규직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의 조속한 판결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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