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청사 더부살이로 불편 겪는 보건소
의료원 강제 폐원한 권력자가 뿌린 씨앗

지난달에 진주시보건소 한 직원으로부터 제보를 받았다. 보건소 직원들이 식사시간에 대한 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확인차 도청 서부청사 1층에 있는 진주시보건소를 찾아갔는데 처음부터 발길이 막혔다.

별다른 생각 없이 서부청사 정문으로 갔는데 그쪽으로 입장이 안됐다. 정문을 통과해 1층 로비의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가면 되는데 그게 안됐다. 로비 곳곳에 도청 직원과 보건소 직원들이 동선이 겹쳐지지 않도록 바리게이드를 설치해놨기 때문이다.

출입문을 지키는 직원이 '동쪽으로 가라'고 했다. 원래 그쪽이 보건소 출입구라 할 말은 없었다. 동쪽 출입문으로 가서 출입체크를 하면 다시 미로처럼 이어진 긴 복도를 따라 한참을 가야 보건행정과를 갈 수 있었다.

진주시민이 진주시보건소를 찾아가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건소 담당자를 만나 자초지종을 들었다. 내용을 요약하면 보건소 기간제 직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 직원의 동선에 서부청사 식당이 나오면서 같은 시간에 식당을 이용한 도청 직원 등이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이로 말미암아 도청 직원들 사이에 접촉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식당을 관리하는 인재개발원에서 보건소에 식당 이용 시간에 대한 통보를 했다. 그래서 보건소 100여 명의 직원은 도청 직원의 점심 식사가 끝나는 오후 1시부터 식당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보고를 받은 진주시는 시간 조정은 하지 못하고 오전 11시쯤 간식을 제공하는 것으로 마무리 했다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보건소 직원들의 불만이 대단했다. "더부살이하는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방역조치를 마쳤는데도 같은 시간대에 식사를 못하게 하는 것에 화가 났다. 항의도 했지만 소용 없었다", "주로 공공근로나 사회복무요원들이 식당을 이용하는데 이들에게 미안했다. 오전 7시에 출근하는 경우도 있는데…", "도청 직원들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차별을 당하고 있다. 우리를 마치 예비 감염자처럼 취급하고 터부시하는 분위기가 싫다" 등등.

이런 불편함은 진주의료원을 강제로 폐원하고 서부청사로 사용하겠다고 했을 때부터 시작됐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진주의료원 건물을 도청 서부청사로 사용하려던 홍준표 도정은 보건복지부의 '공공의료시설로 사용하라'는 의견을 수용하는 것처럼 보이려 진주시보건소를 이전하는 꼼수(?)를 두었다. 진주시보건소는 1년 전 10억 원을 들여 리모델링한 멀쩡한 건물을 두고 더부살이를 시작했다. 시민사회단체와 보건의료노조 등에서 위법성을 지적하면서 반대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다시금 인식하지만 당시 권력자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결국 한 정치인의 그릇된 판단으로 진주의료원이 없어지고, 보건소가 이전하면서 모든 불행의 씨앗은 잉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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