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함양군이 명승지로 이름난 용유담 계곡을 벌목했다는 주장이 나와 말썽을 빚고 있다. 환경 단체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지리산사람들'에 따르면 식목일을 앞두고 함양군이 잡목을 정리한다는 명목으로 주변 숲을 3000㎡가량 훼손했다는 것이다. 이 단체는 베어진 나무에 잡목뿐 아니라 수령이 50년 넘은 소나무와 수십 년 된 떡갈나무 등이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올해 초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함양군이 벌목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경남도가 조사를 통해 이 같은 의혹을 명쾌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용유담이 '수난'을 당한 데는 수십 년 동안 정부와 지자체가 경남을 대표하는 자연·인문 유산에 대해 끈질기게 추진한 지리산댐 건설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용유담은 지리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폭 수십m에 길이 200m가 넘는 큰 못을 이룬 것으로, 둘레의 기암절벽, 우거진 수풀과 어우러져 신비로운 비경으로 이름난 곳이다. 수달도 서식하고 있고, 일찍이 신라 무열왕 때를 배경으로 삼은 용의 전설이 남아있으며, 조선시대에는 함양군수로 부임한 김종직이 기우제를 지냈고, 시인 묵객들도 탐방 기록을 남기는 등 생태, 역사, 인문적 가치도 빼어나다.

이처럼 용유담은 자연과 인문이 결합된 복합 명승지로 가치를 인정받아, 2006년 경상대 학술조사를 통해 우수 자원으로 선정되었으며, 2011년 문화재청은 국가지정문화재인 명승으로 지정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지리산댐 건설을 추진하거나 찬성한 수자원 당국, 함양군,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진척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이후 국가 주도의 대규모 댐 건설 추진이 멈추어지면서 용유담은 수몰 위기를 간신히 넘겼지만, 이후로도 명승 지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부는 이미 문화재위원회 조사에서 용유담을 명승으로 지정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한 만큼 지금이라도 지정을 서두름으로써 훼손 시비가 일어날 일을 막기 바란다. 당시 문화재 위원들 판단대로 용유담을 보전하는 것은 기암괴석, 수중어류, 신비로운 자연의 조화, 아름다운 전설 등 자연, 인문, 역사도 함께 후세에 물려주는 것과 같은 일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