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학비 모으려고 가담
신고받은 경찰에 현장 검거
"고액 아르바이트 의심해야"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고액 아르바이트 유혹에 빠지고 있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고 말하듯 노력 없이 큰돈을 벌려고 하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더욱이 남의 고통을 대가로 해야 한다면 그 책임은 더욱 무겁다.

◇돈의 유혹 = 대학생인 ㄱ(23) 씨는 지난해 학자금을 마련하고자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던 중 '꿀알바' 자리를 찾았다.

업무는 간단했다. 사람들을 만나 현금을 받고 이를 특정 계좌로 무통장 입금하면 되는 일이었는데, 한 번에 수고비가 수십만 원이었다. 보이스피싱 수거·전달책 일이었다.

ㄱ 씨는 찜찜했지만 학교로 돌아가려면 어떻게든 생활비와 학비를 벌어야 했기에 고액 아르바이트를 거절할 수 없었다. 그렇게 그는 보이스피싱 가담자가 됐다.

같은 해 7월 7일 ㄱ 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은행 채권추심팀 직원을 사칭해 피해자를 만났다. 917만 원을 건네받은 ㄱ 씨는 수고비 57만 원을 제외한 돈을 조직원에게 송금했다.

ㄱ 씨는 이때부터 같은 달 9일까지 3회에 걸쳐 3327만 원가량을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전달했고, 단 3일 만에 수고비로 226만 원을 벌었다.

돈맛을 본 ㄱ 씨는 다음 날도 일을 나섰다. 조직원 지시에 따라 국세청 직원 행세를 하며 피해자를 만나러 간 ㄱ 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붙잡혔다.

재판에 넘겨진 ㄱ 씨는 1심에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았다. 범죄수익금 226만 원도 모두 반납해야 했다. 1심 재판부는 사기방조·사기미수방조 혐의로 기소된 ㄱ 씨에 대해 "전화금융사기 범행은 사회적 해악성이 매우 큰 범죄로 가담자들은 엄중히 처벌해 재발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ㄱ 씨는 곧바로 항소했고 춘천지방법원 형사1부(김청미 부장판사)는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이와 함께 범죄수익금 추징과 80시간 사회봉사를 명했다.

김청미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대학생으로 사회경험이 부족하고, 학자금을 마련하려 아르바이트를 찾다가 범행에 가담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범행"이라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덫 = ㄱ 씨처럼 사회초년생들이 순간적으로 판단을 잘못해 범죄에 가담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책임은 오롯이 자신 몫이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2019~2020년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총 1조 3398억 원대에 달한다. 5년 전인 2016년 1468억 원대였던 것이 2020년에는 7000억 원 규모로 다섯 배 가까이 늘었다. 신고된 사례만 하루 평균 87건, 피해액만 19억 원 규모다.

무심코 전달한 돈이 피해자가 평생 폐지를 팔아 마련한 돈일 수도, ㄱ 씨처럼 학자금으로 쓰려 모은 돈일 수도 있다. 언론에 보도된 기사를 보면 보이스피싱 피해로 한 가족이 해체되기도, 한 사람의 인생이 무너지기도 한다.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보이스피싱 신고가 들어오면 피해자와 접촉한 수거·전달책은 무조건 붙잡히게 돼 있다.

간혹 보이스피싱 조직이 정교하게 놓은 덫에 걸리는 일도 있다. 이런 피해를 막으려면 우선 일자리를 구할 때 업무와 비교해 보수가 비상식적으로 많으면 범죄 행위일 수 있으므로 의심해봐야 한다. 또한 통장을 이용해야 하는 일도 그렇다. 만일 범죄 조직에 속아 일을 하다가 보이스피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곧바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아무리 사소한 역할이라도 보이스피싱에 가담하는 것 자체가 심각한 범죄라고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사에 들어가면 수거·전달책이나 계좌 명의를 빌려준 이들은 처벌받을 수밖에 없으므로, 단순 아르바이트라도 경각심을 가지고 잘 알아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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