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사정상 가족과 떨어져 수년간 생활
모두가 정서 문제 외면한 상황 온당한가

하동 기숙형 서당에서 벌어진 학생 폭력 사건이 전국적으로 충격을 주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서 알려진 사건은 믿기 힘들 정도다. 학생들이 저질렀다는 폭력·가혹 행위 주장을 듣고 있으면, 아찔하다.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지금까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진 사건만 4건에 이른다.

이번 사건을 접하면서, 가장 놀랐던 점은 왜 학생들이 서당에서 거주하면서 학교를 다니는 가 하는 점이었다. 서당 인근 초중학교 전교생 80%가량이 서당에서 숙식을 했다. 서울·경기 등 전국 각지에서 온 학생들이 서당으로 주소를 옮겨서 부모도 없이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심지어 초등학교 입학 전인 미취학 아동도 서당에서 지내고 있었다. 학생들은 보통 여름·겨울방학, 명절일 때 집에 다녀오고, 보통은 산골 서당에서 생활한다고 했다. 엄마·아빠와 떨어져 지내기에 보고 싶은 게 가장 힘들다는 서당 학생을 만나니, 마음이 무척 아팠다.

학생이 많이 생활하는 서당에서는 보통 4명에서 6명 정도가 한방을 쓰면서 집단으로 거주한다고 한다. 그런 학생에게 스트레스는 일상이었을 듯하다. 휴대전화 사용에도 제한이 있고, 집단생활인 만큼 규율도 지켜야 했을 테다. 나이에 따라 위계가 생기고, 어린 학생은 어리다는 이유로, 고학년은 고학년이라는 이유로 저마다 어려움이 컸으리라 짐작된다.

학교에 따르면, 초등학교부터 서당에서 지내다 중학교까지 진학하는 학생도 적지 않았다. 그렇다면, 길게는 10년 가까이 부모와 떨어져서 집단생활을 하는 셈이다. 여기에다 중학교 졸업 이후 고등학교까지 서당에서 지내는 학생도 일부 있다고 한다.

이렇게 수년간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아이의 정서 문제는 진작에 고민해야 하지 않았을까. 부모도, 서당도 예절교육 등 대안교육이라는 명목으로 학생을 장기간 서당에서 지내게 하는 게 과연 온당했는지 묻고 싶다. 저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여기에다 경남도교육청과 하동군청의 태도는 더 큰 의문이다. 학생들이 서당에서 집단 거주하고 있는 사실을 진작에 알았음에도 관리·감독 권한이 없다며 모두 손을 놓고 있었다. 법에 따라 신고하지 않은 기관은 관리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내세웠다. 서당이 법을 교묘하게 피해갔다고 했다.

그동안 교육 당국에서 '한 명의 아이도 놓치지 않겠다'는 말은 헛구호인지, 모든 생활에서 법의 테두리 안에 있는 학생에 한한 이야기였는지 되묻고 싶다.

뒤늦게나마 교육 당국도, 지자체도 해결책을 찾아보겠다고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서당을 관리·감독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과 함께 학생들이 온전하게 자랄 수 있게 정서적인 지원도 강화돼야 한다. 폭력이 나타날 수밖에 없었던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 또, 혹여 상시적으로 폭력에 노출됐다면, 이들에 대한 치유에도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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