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초·중 학생 다수 서당 거주…전문가, 상담 공간·인력 배치 강조
경남도교육청, 내일 심리 지원 회의…기숙형 공립초교 설립 검토도

하동 기숙형 서당에서 불거진 학생 폭력 사건 이후 인근 초·중학교 학생 80%가량인 100여 명이 서당에서 거주하며 학교에 다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집단으로 거주하는 학생들에게 폭력 사건은 더 치명적이고,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학생들은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고, 이들을 위한 대책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초등 저학년부터 부모와 떨어져 서당 생활 = 기숙형 서당에 있는 학생들은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집단생활을 하며 지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 ㄱ 초등학교에서 지난 1일 조사한 학생 현황을 보면, 전교생 74명 중 61명이 기숙형 서당에서 생활하고 있다. 1학년 20%, 2학년 71%, 3학년 67%, 4학년 90%, 5학년 93%, 6학년 94%가 해당한다.

특히 ㄴ 중학교는 초등학교 때부터 서당에서 지낸 학생들이 다수였다. 지난 1일 기준으로 전교생 49명 중 39명이 서당에서 생활했다. 그중 27명(69%)은 초등학교 때부터 서당에서 지낸 것으로 확인됐다.

ㄴ 중학교 교사는 "초등학교 때부터 오랫동안 서당에서 지낸 한 학생이 중학교 졸업할 때는 부모가 집으로 데려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서 상심해서 위로해주기도 했다"며 "학생들이 본인이 원해서 온 것이 아니어서 상처가 있다"고 설명했다.

▲ 박종훈 경남교육감이 5일 하동 기숙형 서당 인근 한 중학교에서 피해 학생 보호 조치 등 종합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경남도교육청
▲ 박종훈 경남교육감이 5일 하동 기숙형 서당 인근 한 중학교에서 피해 학생 보호 조치 등 종합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경남도교육청

이번 하동 서당과 관련해 학생·학부모 상담과 심리지원 전담팀(TF) 팀장을 맡은 이수정 경남대 간호학과 교수(정신간호학 전공)는 "청소년들은 집단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는데, 집단이 건강하지 않으면 거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아직 전수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서당은 온라인에 노출될 가능성이 작아서 순전히 집단 관계에만 의존해야 하고 부정적인 특성이 아이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ㄱ 초등학교 관계자는 "1년에 학생 100여 명이 오고 가는데 일반 학교 기준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될 수 있다"며 "학생이 왜 여기 왔는지 전입 사유는 개인 정보여서 조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상징적인 사례가 지금처럼 서당 내 학생 간 폭력 사건이 크게 알려지면 학생을 데리고 가려고 할 텐데, 서당에서 학생을 데려가겠다는 부모가 나오지는 않고 있다"며 "그만큼 학생들이 처한 상황이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학생, 고민 터 놓을 사람 필요해 = 학교 관계자들은 학생이 고민을 털어놓을 공간, 상담 인력, 평범한 일상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집단생활을 하는 학생에게 상담사가 배치돼서 학생들의 어려움을 듣고, 더 적극적으로 해소하려는 활동이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ㄴ 중학교는 지난 2019년부터 위클래스를 만들고, 상담 인력을 배치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서당 생활의 어려움도 털어놓고 있다.

중학교 관계자는 "중학생이 초등학생과 한방을 쓰다 보니 공부하기도 어렵고, 서당에서는 중학생에게 책임을 지우다 보니 혼나는 일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부모와 연락이 안 돼 학부모 상담을 서당 관계자와 하는 경우도 있다"며 "코로나19 이전에는 학생이 다니는 전 서당을 방문해 학생들 환경을 파악하기도 했는데, 최근 코로나로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동 산골이라는 특수한 상황이고 아이들이 청소·빨래 등을 하고 있다"며 "일상적인 중학생이 누리는 환경을 최대한 맞출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 하동 기숙형 서당 인근 한 중학교. /우귀화 기자
▲ 하동 기숙형 서당 인근 한 중학교. /우귀화 기자

◇기숙형 공립 초등학교 제안도 = 학교 등 교육 관계자들은 기숙형 공립 초등학교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ㄱ 초등학교 관계자는 "서당이 처음에는 호응이 좋았지만, 이제는 교육 기능은 잃고 상업적 경쟁으로 치달아 많은 학생을 받으면서 학생 폭력 문제가 나타났다"며 "서당에서 적정 인원, 단기 코스, 초등학생-중학생 분리, 남녀 분리 등 기준을 정해서 운영해야 하고, 사설 기관인 서당에서 이를 감당하지 못할 것 같으면 기숙형 공립 초등학교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도교육청은 서당과 관련해 제도적 테두리 등을 고민하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논산·세종시 등에서 조례를 통해 서당을 지원하지만, 지원 근거에 그치고 있었다"며 "대안학교와 관련한 법령 등을 토대로 기숙형 공립초등학교 설립 등도 대안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학교에 공모 교장 배치, 탄력적인 교육과정 운영 지원을 위한 자율학교 지정도 논의되고 있다.

도교육청과 하동군은 제도 개선에 앞서 학생 폭력 전수 조사 등을 진행한 이후, 이를 토대로 학생·학부모 피해 회복 지원을 위한 전담팀을 구성해 심리 지원도 진행할 계획이다.

도교육청은 7일 하동교육지원청에서 이수정 교수를 팀장으로 하는 '학교응급심리지원 전담팀' 주재로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서당 관련 폭력 전수조사가 끝나는 오는 12일부터 학생·학부모·교직원을 위한 위기 학생 선별 검사, 심리 치료와 상담 지원에 들어갈 예정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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