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때부터 식당 운영
뿌옇고 텁텁한 국밥과 차별

밀양시 무안면 면소재지에서 3형제가 나란히 돼지국밥집을 하고 있다.

큰형 최수도(72) 씨가 '무안식육식당'을, 동생 최수용(70) 씨와 막내 최수곤(63) 씨가 근처에서 각각 '제일식육식당'과 '동부식육식당'을 운영한다.

밀양시에 "1938년부터 무안면 장터에서 '양산식당'을 운영한 최성달 씨가 만들어 판 돼지국밥이 밀양돼지국밥의 기원"이라는 기록이 있다. 그 양산식당이 현존하는 동부식육식당의 전신으로, 이들 형제가 운영하는 돼지국밥집이 밀양돼지국밥의 기원이다.

최성달 씨의 손자인 최수도 씨는 "사실은 1938년부터 하신 게 아니다. 할아버지가 살아계시면 백수십 세가 되시는데, 젊어서부터 식당을 하셨으니 100년도 훨씬 전"이라고 했다.

이곳의 '100년 역사'는 짚어볼만 하다. 흔히 돼지국밥은 6·25 피란통에 북한식 순대국밥에서 유래한 부산 음식으로 알려져 있는데, 밀양돼지국밥은 그 전에 있었다는 것이다.

▲ 3형제 돼지국밥집 중 무안식육식당을 운영하는 큰형 최수도 씨.  /이일균 기자
▲ 3형제 돼지국밥집 중 무안식육식당을 운영하는 큰형 최수도 씨. /이일균 기자

양산식당은 그 뒤 지금의 동부식육식당이 됐고, 3형제의 선친이 분가해 개업한 '시장옥'이 지금의 무안식육식당이 됐다. 3형제의 식당이 모두 식육식당인 것은 원조집인 양산식당부터 식육점을 겸하는 전통 때문이다.

역사는 대략 그렇고, 다른 지역 돼지국밥과는 구별되는 이들 형제의 돼지국밥 맛을 보자.

기자가 처음 무안에 갔을 때엔 동부식육식당에서, 두 번째는 무안식육식당에서 돼지국밥을 시켰다.

맑고 담백한 국물에 비계가 없는 타박한 돼지고기가 특징이다. 일반적인 돼지국밥은 뿌옇고 텁텁한 국물에 돼지고기에는 비계가 많은데, 여기는 달랐다.

최수도 씨는 "소뼈를 우려 만든 사골 육수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처음에 돼지국밥 육수로 '정물'을 썼다. 당시에는 소고기가 너무 귀했다. 그래서 돼지고기를 삶고 남은 '정물'을 데워서 갖은 양념을 넣고 국밥을 만들었다. 그 뒤에 제 기억으로는 선친 때부터 소뼈를 고아 만든 맑은 육수를 썼다."

"부산 돼지국밥을 비롯해 대부분 국밥집에서는 흔히 돼지머리 삶고 남은 육수를 쓴다. 그래서 국물이 뿌옇고 텁텁하다."

▲ 3형제 돼지국밥집 중 동부식육식당의 돼지국밥.  /이일균 기자
▲ 3형제 돼지국밥집 중 동부식육식당의 돼지국밥. /이일균 기자

과연, 소뼈를 우려 만든 3형제 국밥집의 맑은 국물은 담백하고 시원하다. 중독성이 장난 아니다.

또 하나의 특징이 비계 없는 타박한 돼지고기다. 최 씨는 "비계가 거의 없는 돼지고기를 소금과 밀가루로 씻어낸다"고 했다.

왜 사람들이 그 많은 전국의 돼지국밥 중에서 "밀양돼지국밥" "밀양돼지국밥"이라고 노래를 부르는지, 이제야 알겠다.

3대에 걸쳐 100년 이상 된 무안면 돼지국밥 3형제 식당은 다시 4대로 계승되고 있다.

최수도 씨는 딸인 최희정(46) 씨에게 무안식육식당 대표 명의를 넘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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