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회, 철거·이전 우선 입장
남해 정서 고려 차선책 제시

제주 4·3항쟁의 민간인 학살을 주도한 박진경 대령 동상 처리 문제와 관련해 제주4·3희생자유족회가 철거·이전 또는 역사적 사실을 알리는 표지판을 동상 앞에 세우는 방식의 견해를 밝혔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 양시영 사무국장은 "박진경 대령 동상이 남해군 남면 군민동산에 세워져 있었던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역대 회장 등 관계자들이 돌아가시거나 고령이어서 정확하게 알 수 없었지만, 동상을 알게 된 후 제주에서 큰 이슈가 됐다"라고 밝혔다.

특히 "지난 2018년 박진경 대령 등 제주4·3사건 책임자와 관련한 연구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박진경 대령이 지역에서 집중 부각되기는 했으나 더는 진전이 없었다"라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박진경 대령 동상은 기본적으로 철거·이전이 맞지만 남해군의 지역 정서 등을 고려한다면 동상 앞에 역사적 사실을 알리는 표지판을 세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양 사무국장은 "2017년 충남 청양군에서 박진경 대령에 이어서 부임한 송요찬의 생가 복원 등 선양사업을 추진해 유족회에서 강력히 항의해 무산된 적이 있고, 2018년도에는 서울 강북구청이 4·3 당시 책임자 중의 한 명으로 미군정청 경무부장 출신인 조병옥의 흉상 건립을 추진하자 철회시키도록 한 사례가 있다"면서 "새로 건립하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겠지만, 기존 동상의 철거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동상의 철거·이전이 기본적인 생각이지만 역사적 사실을 알리는 표지판을 세우는 방법도 괜찮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제주4·3사건연구소장을 역임한 박찬신 역사학자도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박찬신 역사학자는 "무조건적인 철거나 이전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며 "오히려 동상을 그대로 두고 그 옆에 박진경 대령 강경진압작전의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표지판을 남겨 알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남해군에서 박진경 대령 동상 철거·이전 운동이 처음으로 있었던 2001년, 남해군스포츠파크에서 열린 시민축구 전국대회에 제주도 대표로 출전한 제주주민자치연대 회원들이 그해 10월 13일 동상이 있던 군민동산을 찾아 4·3사건 희생자들의 영령을 위로하는 간단한 추도식을 연 데 이어 동상의 철거를 주장한 것으로 남해군 지역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또한 남해군 지역에서 동상 철거·이전 운동이 또다시 일었던 2005년 당시 제주4·3연구소와 제주4·3희생자유족회가 이에 호응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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