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교육청 안이한 대처로 폭력 반복
모든 관련자 할 일 제대로 했나 자성해야

하동 청학동 서당 사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어리석음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 이를 데 없다. 3년 전엔가, 집단 성폭행 사건이 일어나 경각심을 촉발했고 작년에는 남학생 두 명이 한 명을 단순히 폭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옷을 벗긴 후 몸에서 나온 분비물을 먹이는 엽기적인 가혹행위를 함으로써 사태의 중대함을 일깨운 바 있다. 해가 바뀐 올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장한 한 학부모의 절규 어린 호소는 전율을 느끼게 한다. 기숙사 생활을 하던 자녀가 선배와 동급생으로부터 차마 입에 올리기도 섬뜩한 갖가지 구타와 협박을 받아 심신상태가 위험 수준에 놓여 있다는 내용이다. 이번이 처음 사건이라면 나름대로 서둘러 진상을 파악하고 적절한 후속책을 세워 재발을 예방하는 작업에 나설 수 있었을 것임은 자명하다. 그러한 이치에 견주어 이미 드러난 전례를 엄중하게 받아들여 진작부터 대응력을 키웠더라면 수법이 다양해진 비인간적 잔인성을 차단하는 한편, 폭력 자체를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예방 효과를 올렸을 것이 아닌가. 군과 교육청 등 관련기관이나 지역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상위 기관인 도교육청이 그동안 남의 집 불 보듯 했을뿐더러 담당 공무원들 역시 자신들의 업무영역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꺼린 나머지 매우 안이하게 대처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지 못하게 한다.

그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은 거기가 끝이 아니었다. 사회적 지탄 여론이 일파만파로 번진 이후에는 책임 떠밀기라는 구태의연한 자충수를 두기에 여념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지자체와 교육청을 놓고 관리 주체가 어딘가를 딱 잘라 말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관련 법령 또한 애매모호하다는 게 논쟁의 핵심이 돼버린 것이다. 물론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시비를 가리지 못할 만큼 엉성한 관리감독 체제에 갇혀 있었고, 이 때문에 사각지대가 생겨난 터라 자청해서 덤터기를 쓸 여유가 없을 법하다. 서당에 자리 잡은 개인 과외교습소와 학원은 교육청에 등록된 교육시설이다. 반면 청학동 서당 내 청소년 수련시설은 지자체 소관이다. 말썽의 중심은 기숙사 시설이다. 언뜻 보기에 정규 학교 기숙사와 같이 교육당국 영역으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지만 일부 서당에서 운영 중인 기숙시설은 지금까지 관리감독의 손길이 닿지 않은 채 방치됐고 그 바람에 폭력이 공공연하게 자행돼온 것이다.

기숙사에서 많은 수의 초·중학생들이 합숙생활을 하는 것을 고려하면 전수조사가 진행되면 숨어 있던 또 다른 사례가 얼마나 더 나올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사안의 심각성에도 처벌만이 능사가 아님은 분명하다. 거기에서 생활하고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전부 10대 청소년이다. 일부 탈선에 물든 몰지각한 학생을 제외한 대다수 선량한 청소년들의 인권과 학습권은 보장되어야 마땅하다. 서당은 원래 훈장이 매를 들어 학동들을 바른길로 인도했던 곳이다.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서당 내 모든 관련자들이 할 일을 제대로 했는지 자기성찰의 기회로 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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