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4월 '작은 예수' 김주열 기억하며
미얀마 국민 민주화 열망 함께 보듬어야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토머스 엘리엇은 자신의 시 '황무지'에서 노래했습니다. 이렇게 눈부신 햇살 아래에서 시인은 왜 잔인함을 느꼈을까요? 아마도 세상 모든 사람이 화창한 봄날을 즐기는데 혼자 쫓겨난 듯 외로운 마음이 잔인함을 불러일으켰을까요? 시인의 마음은 시인 자신이 잘 알겠지요.

그런데 아름다운 날들과 달리 요즘 4월은 정말 잔인한 달입니다. 미얀마에서 들려오는 소식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21세기 밝은 대낮에 군부 '쿠데타'라니요. 민주화된 세상, 정상 국가라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게다가 언론을 통해서 전해지는 시위 진압 방법이 너무나 잔인하기 그지없습니다.

오늘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시기 전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성금요일입니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묵상하면, 1960년 4월 혁명의 첫날이 된, 4월 11일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과 3·15의거 2차 봉기가 떠오릅니다. 김주열 열사는 자신을 바쳐서 우리나라 민주화를 이루는 데 큰 역할을 하였으니, 좀 과하기는 하지만 혁명의 '작은 예수님'이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작은 예수님 김주열 열사 같은 사람들이 미얀마에서 수백 명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군부의 총탄에 쓰러지면서도 팔뚝에 자신의 혈액형과 비상 연락처를 새기고 나서는 시위 현장이 얼마나 두렵겠습니까? 그중에서도 태권도를 사랑하고 가르쳐서 '태권 소녀'라고 불리던 19세 어린 꽃 '마째신'이 더욱 눈에 밟힙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단에서 발표한 성명서 '미얀마 사태를 접한 형제자매들의 아픔과 슬픔에 함께하며'에서 "한국 교회는 최근 이웃 나라 미얀마에서 일어난 폭력과 이로 말미암은 유혈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또한 "단지 자유, 민주, 평화를 외쳤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이 피를 흘리며 쓰러지고 있으며 어느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존엄한 생명이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고 호소합니다.

이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언급하며 "십자가의 길을 걷고 있는 미얀마 형제자매들의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과 아픔을 함께 나누며 형제애로 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교황님께서도 "미얀마로부터 유혈 충돌이 벌어져 소중한 생명이 죽고 있다는 슬픈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면서 민주화를 염원하는 미얀마 국민들의 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국제 사회가 나서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종교적 신념은 서로 다를지라도 민주주의라는 인류 보편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같습니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을 보면서 역사의 수레를 앞으로 밀고 나가는 깨어 있는 시민들의 동력이 떨어지면, 민주화는 언제든 퇴보하고 미끄러져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촛불 혁명을 이룬 우리 국민은 알고 있습니다. 개인은 힘이 약하나 한명 한명의 깨어 있는 시민이 연대한다면 반민주 독재 세력은 지구상에 발붙이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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