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탕으로 유명한 현풍의 고속도 변엔 '대구의 뿌리 달성 꽃 피다'란 입간판이 눈길을 끈 적이 있다. 달성군이 내건 저 슬로건은 달성토성 및 달구벌과 옛 대구부 외곽 16개 면을 관할했던 군의 전통과 현풍의 주산인 비슬산 참꽃축제, 화원 등지 이 지역의 풍성한 꽃 이미지를 함께 묶은 것이다. 달성의 큰 고을 현풍은 또 구마고속도로가 개통할 당시엔 하나뿐이었던 '현풍휴게소'로 타인의 기억에 남아 있다.

마산행 하행선 현풍휴게소에서 한 가지 눈여겨볼 것은 '고속도로 준공기념탑과 기념각'이다. 고조선 시대 청동기유물인 비파형동검을 닮은 기념탑의 탑신은 소재가 돌이나 철재가 아니고 콘크리트 구조물로 작은 석재와 시멘트가 버무려져 세웠다. 이것은 한국 근·현대 조각가인 김세중의 작품이다. 그는 단순화된 형태에 엄숙함이 표출되는 특징을 가진 종교적인 주제의 작품을 많이 남겼으나 광화문 '충무공이순신장군상', 국회의사당 앞의 '애국상' 등의 기념비 제작도 많았다.

그 바로 옆자리에 자그마한 팔각 기와지붕의 준공 기념각도 함께 세워졌다. 정자 처마에는 '대구 마산 고속도로준공기념각'이란 현판이 붙었는데 박정희 대통령의 휘호다. 서예에 일가견을 가졌던 박 대통령의 글씨는 국내 도처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정자 안에 따로 걸린 두 개의 현판은 도로 '준공기' 및 '예찬기'로 한글 작품인데 당대의 대가 일중 김충현이 썼다. 나는 일중의 이 현판 글씨야말로 정제의 미가 뛰어난 한글 해서의 백미라고 극찬하고 싶다. 예찬기문은 노산 이은상이 지었으며 이 도로가 '자손만대에 전할 복된 길이 될 것이다'고 기원했다.

1977년 준공 당시 고속도로의 희소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국토를 잇는 동맥의 대역사를 마친 현풍휴게소의 준공기념물은 큰 정성으로 공들여 모셔 세웠다.

이 예술작품들은 도로의 이정표로서 스스로의 가치를 더 높이는 상징물이며, 또 공사 중에 사고로 희생한 분들을 위로하기도 하여 허접한 물상으로 세울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는 당시만 하더라도 건축 공사의 현장에서도 인문학적 사유를 통찰하는 사람이 있어 재주 있는 장인들을 참여시켰으니 그 넉넉함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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