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중 쓰러졌다 결국 숨져
유족, 심장·폐·각막 등 기증

양산시에 사는 한 시민이 5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났다.

고 양종문(43) 씨는 지난 3월 21일 운동 후 집으로 돌아가다 외상성 급성경막하출혈로 갑자기 쓰러졌다.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던 고인은 당시 큰 외상도 없고 스스로도 건강이 괜찮다고 느껴 곧 퇴원했다. 하지만 다음날 새벽 고인은 다시 쓰러졌고 결국 지난달 26일 목숨을 잃었다.

▲ 5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난 고 양종문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 5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난 고 양종문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고인의 아버지 양동주(73) 씨는 평소 고인이 다른 사람 대소사를 꼭 챙기고 배려심이 깊었다는 점을 기억하며 장기 기증을 결심했다. 양 씨는 "가족 모두 아들의 장기가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아들도 이 같은 결정을 응원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인은 심장과 폐, 양쪽 신장, 각막을 기증했다. 고인의 기증을 통해 수년 동안 투석을 받던 말기질환 환자 4명과 각막 이식이 필요한 환자 1명이 새 삶을 얻었다.

양 씨는 "아들은 세쌍둥이 중 혼자 남자아이로 태어난, 강한 아이였다"며 "쌍둥이 여동생들이 친구와 다투고 오는 날이면, 동생들을 위해 자기보다 큰 아이에게 덤비는 강단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아들을 통해 누군가의 삶이 다시 시작된다고 생각하니,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새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유가족 마음을 헤아리는 등 고인의 나눔 정신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유가족과 수혜자 간 서신 교류가 곧 가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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