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은 주체로서 홀로 사고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존재이지만 동시에 사회 공동체 내에서 서로 기대고 관계를 형성하면서 살아간다. 타자는 나의 삶의 조건인 것이다.

사회가 시장을 중심에 내세우면 인간관계 변화는 불가피해진다. 공동의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한다는 관점은 '자기책임'이라는 시장주의자의 훈계에 무력해지고 만다. 그러는 사이 사회적 약자, 즉 장애인, 고령자, 범죄 피해자 가족, 다문화 가정의 구성원들은 사회 공동체에서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소수자에게 환대가 아닌 배제가 작동하면서 사회적 연대는 약화되고 공동체는 분열과 갈등을 겪는다. 건강한 공동체를 위한 사회통합의 대안이 필요하다.

일찍이 유럽에서는 '사회적 농업'을 사회적 관계를 회복하는 해법의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사회적 농업은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기반으로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돌봄 영농, 교육, 치유농업, 일자리를 제공하고 건강한 농촌생활 공동체를 만드는 활동이다.

이탈리아는 취약계층의 사회적 통합과 포용을 촉진하기 위해 2015년 세계 최초로 사회적 농업을 법률로 승인하였다. 네덜란드는 1970년대부터 이 분야에 전문적 농가가 나타날 정도로 발전하였고 사회적 서비스 품질인증체제를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도 사회적 농업을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은 있다. 민간에서는 충남 홍성의 협동조합 '행복농장'이 생산기반 치유농업으로 지역의 친환경적 요소와 결합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였다. 경북 경산의 '뜨락 원예치료센터'는 농업체험과 원예활동을 중심으로 전문적인 교육과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 중 81번째 국정과제로 사회적 농업을 포함했다. 정부는 사회적 농업을 통해 사회적 약자의 재활과 사회공동체 일원으로 복귀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안정적인 제도가 마련되지 않아 실효성이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사회적 농업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적 농업을 지원할 수 있는 법 제정이 시급하다. 국회에서 '사회적 농업 육성법' 제정을 위해 여러 차례 공청회와 법안 발의도 있었지만 여전히 법 제정까지는 멀어 보인다.

농업을 생산이라는 소극적 관점으로 묶어두어서는 안 된다. 삶이라는 보다 폭넓은 관점에서 접근할 때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 사회적 농업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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