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욕심을 섣부르게 부리다 평화로운 마을 앞바다는 황량한 매립지로 바뀌고 주민들끼리 견원지간이 되어버린 곳이 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의 수정마을은 10여 년 전 한 대형 조선업체를 입주시키는 산업단지 계획이 갑자기 발표되면서부터 상상 못한 갈등에 휩싸였다. 돌이켜보면 한 자치단체장의 야욕과 부실한 기업의 탐욕이 합작한 개발계획이 백지로 돌아가면서 주민에게 남은 것은 반목으로 인한 씻을 수 없는 상처뿐이니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십수년 풍파를 겪어온 수정마을에서 최근 공동체 복원을 소망하는 불씨가 새롭게 살아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수정마을 주민들은 지난 연말 마을공동체회복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그동안 쌓인 앙금을 털어내고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치유하는 계기를 찾고 있다. 경남도 도민제안 정책플랫폼 경남1번가에서는 10년 넘게 방치되었던 수정마을 공동체 회복 문제를 정책 지원 사업으로 채택하고, 주민과 대화의 장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긴긴 세월 서로 외면했던 주민들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여 마을의 답답한 문젯거리를 꺼내놓고 화합의 방도를 의논하였으니 그 자체로 감격스러운 일이다.

마을이란 일상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고 생활과 규범을 나누는 가장 기본적인 자치 단위다. 수십 년 또는 그보다 긴 세월에 걸쳐 주민들은 혈연이나 지연 등으로 얽혀 있고, 이해관계 충돌이 있어도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면서 공동체를 일군다. 그러나 공동체 내부의 필요보다 외부로부터의 요구가 앞설 때 주민공동체는 위협받고 흔들리는 위기에 빠지게 된다. 수정마을이야말로 외부의 정책적인 충격으로 주민공동체가 파괴된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남아있다고 할 수 있다.

뒤늦게 경남도가 수정마을 공동체 회복을 도민 정책제안의 혁신과제로 삼은 것은 바람직하다. 주민 사이 관계 복원을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테니 신뢰를 바탕으로 뒷받침하는 끈기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별개로 행정이 책임져야 할 숙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매립지 활용방안 등 애초에 행정과 기업논리에 따라 야기된 문제들에 대해서 창원시나 경남도의 책임 있는 해법 제시 없이 공동체 회복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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