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월 26일 일본 도쿄 신오쿠보 역에서 이수현 씨와 일본인 세키네 시로 씨가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려다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한국과 일본 언론에 크게 보도되었다. 그들과 취객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사람 목숨은 소중한 것이고 자신들의 목숨을 먼저 걱정할 겨를이 없었다.

나는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돕고자 하는 것이 사람의 본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소를 도살하려고 할 때 소는 슬피 운다고 한다. 아무리 우리가 쇠고기를 먹고 살지만 그 소 울음 소리를 들으면 사람 마음이 슬퍼지지 않겠는가? 이것도 사람의 본래 마음이다.

나는 3월 17일 밤에 마산에서 지인의 퇴직을 기념하는 술자리에 있었다. 그때 내가 고등학교 재직 시절 알던 제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제가 어려운 해고 청소노동자를 돕고 있는데 회사 앞에서 선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자칫하면 남의 회사 앞에서 그런 일을 한다고 머리채를 잡혀 끌려갈지도 모릅니다. 선생님이 오셔서 도와주십시오." 나의 집은 함안에 있다. 갔다가 다음 날 새벽에 창원 성주동까지 오기가 어렵다고 판단하여 여관에서 자고 다음 날 새벽에 택시를 타고 찾아가서 판때기(피켓) 시위에 동참했다.

작년 말 한 청소회사에서 ㄱ 씨라는 청소노동자를 해고했다. 그 사연은 이러하다. ㄱ 씨가 근무 중에 화상을 입었다. 그래서 상급자인 반장과 차장에게 허락을 얻고 병원에 갔다. 며칠 뒤 반장이라는 사람이 시말서를 받아 갔다. 또 그 다음에는 사직서에 손표시(사인)를 받아 갔다. 그 다음부터는 회사에 나오지 말란단다. 반장이 오후 네 시 반에 가라는데 이 청소노동자가 세 시 반에 나갔기 때문이란다.

옛말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얼굴을 다듬고 밥그릇을 뺏으면 목숨을 건다'라고 했다. 아무렴 직장이 그 사람의 밥줄인 바에야. 그래서 조직에 관계 없이 물에 빠진 사람을 돕는 내 제자는 장하다.

경남의 여러 노조 조직이나 시민단체 여러분께 한 번 여쭈어 봅시다. 긴급한 화상에 반장이 말한 시간보다 한 시간 먼저 병원에 간 것이 해고의 사유로 합당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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