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품 제조 유명 업체 2금융권보다 높은 이율에 "현실화해야"

창원시에서 중소형 마트를 운영하는 ㄱ 씨는 최근 생활용품을 제조하는 대기업과 맺은 계약서를 살펴보다 '상품을 인수한 후 상품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연 20%에 달하는 지연 이자를 계산해 납입해야 한다'는 조항을 보고 놀랐다.

매년 상품 계약을 해왔었지만 2금융권보다 높은 이자율에 섬뜩함을 느꼈다. 코로나19 상황 속 매출이 줄어들면서 금융권 대출을 갚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적지 않은데 상품 대금 미납 시 폭탄 이자를 받는다는 사실이 ㄱ 씨를 압박했다.

ㄱ 씨는 "취급하는 생활용품의 수량이나 금액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많은 것은 아니나 두 자릿수 이자율이 섬뜩하다"며 "브랜드를 대면 다 알 만한 대기업인데 이렇게 비현실적인 지연 이자율을 책정하는 게 맞나 싶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른 상품을 납품하는 기업이 책정한 지연 이자율은 6%다. ㄱ 씨는 이 정도 이자율이면 납득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 생활용품 제조 기업과 ㄱ 씨가 맺은 상품 계약서. 형광펜으로 표시된 부분을 보면 상품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연 20%에 달하는 지연 이자를 계산해 납입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안지산 기자
▲ 생활용품 제조 기업과 ㄱ 씨가 맺은 상품 계약서. 형광펜으로 표시된 부분을 보면 상품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연 20%에 달하는 지연 이자를 계산해 납입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안지산 기자

중소형 마트에서 지출하는 금액 대부분은 상품 계약금, 임차료, 전기료 등 고정비이다. 이 중 상품 계약금 비중이 높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경쟁력을 잃은 중소형 마트가 생활자금 충당이 어려우면 가장 먼저 연체되는 금액은 임차료, 상품 계약금이다.

ㄱ 씨는 "각종 고정비를 메우느라 은행권 대출을 이용해야 하고, 시중 은행 대출이 있으니 추가 대출을 받으려고 2금융권에 발을 들이면 결국 신용점수가 하락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며 "대형 공산품 제조업체나 중소마트나 서로 공생관계인데 '업체 죽이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업계는 극심한 매출 감소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중소유통상인을 위해 현실적인 지연 이자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수열 전국중소유통상인협회 공동회장은 "3금융권(대부업체)과 다를 바 없는 지연 이자율은 중소유통상인의 현실을 모르는 시대착오적인 계약"이라면서 "대형 공산품 제조기업들의 지연 이자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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