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일반상인 상생해 지역의 보물로
함안오일장-가야시장 갈등 해법 찾기를

일요일 아침, 시장에 들렀다. 롯데마트 마산점과 신마산시장 일대 도로에 일요일 새벽마다 장이 선다. 오일장의 변형된 형태다.

'신마산 번개시장'에서는 쑥이며 달래, 미나리, 머위도 보이고, 갈치와 오징어도 손님을 맞는다. 간식거리도 곳곳에서 유혹한다. 소리까지 맛있게 튀겨낸 도넛, 각종 튀김이 9개 5000원, 8개 5000원이다. 방금 솥에서 건져 김이 펄펄 나는 옥수수는 3~4개 한 봉지에 3000원, 두 봉지 5000원이다. 제일 인기 있는 즉석 어묵은 장을 접을 때까지 긴 줄을 서야 한다.

주말장에선 계절을 판다. 딱 한 달 전에 왔을 때와는 파는 물품이 사뭇 달라져 있다. 한 달 전에는 여기저기 채소 노점마다 쑥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오늘은 머위와 노지 부추 등 다른 품목이 많이 보인다. 과일 노점에는 토마토가 유독 많다. 제철인가 보다. 봄꽃을 파는 상인 앞에서 사람들이 발길을 자주 멈춘다.

새벽장에는 노점상뿐 아니라 신마산시장 일반 상인들도 합세한다. 반찬집은 일찍부터 가게 앞에 각종 김치와 전, 국 종류를 내놓고 팔고 있고, 떡집도 소포장 된 알록달록 떡을 판매대 위에 늘어놓았다. 인근 상가에서 영업 중인 콩국집에는 아침부터 요기를 하려는 손님들이 들어선다.

신마산 번개시장은 일대에선 제법 유명하다. 장이 설 때면 때아닌 새벽에 인근 도로가 복잡해진다. 오래전 롯데마트가 이곳에 들어설 무렵, 도시화의 당연한 수순으로 전통시장이 쇠퇴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다. 물론 예전만 같지 못할 테지만, 신마산 번개시장은 오늘도 물건과 사람이 가득했다. 매주 일요일 서는 새벽장이 '신마산시장'을 주민들 뇌리에서 떠나지 않게 만드는 데 한몫했을 것이다. 현대와 전통이 함께 숨 쉬는 곳에서 노점상과 일반 상인이 같이 '새벽'을 깨운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뿐 아니라 젊은 부부도 시장 곳곳에서 물건을 사고 있다. 맘카페에도 글이 종종 올라온다. 세대를 아우르는 보물 같은 공간이다.

인근 함안에서 가야전통시장 오일장 영업구역을 두고 시장 상인과 노점상이 갈등을 겪고 있다고 한다. 시장 상인들에게 노점상은 '계륵'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다. 노점상들이 꾸리는 오일장 덕분에 가야전통시장은 인근 도시에까지 소문이 나 있다. 오일장이 없다면 가야전통시장은 지금보다 훨씬 침체할 우려가 크다. 그렇다고 그들을 모두 인정하자니 노점상 영업구간이 시장 바깥으로 더 확대돼 시장 안까지 손님이 들어오지 않아 시장 상권이 죽을 수 있다. 함안군과 시장 상인, 노점상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함안군 역할이 중요하다. 오랜 역사의 오일장이 계속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지금 기준과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양측 모두 손해 보지 않을 방안을 찾을 수는 없다. 있는 밥그릇을 어떻게 나눌지 고민하기보다는 더 큰 밥그릇, 새로운 밥상을 마련할 수 있는 현명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지역의 '보물'을 지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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