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김해서 유사 가해 잇달아
성폭력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
엄중한 처벌로 원천 차단해야

최근 몇 달 사이 도내에서 불특정 다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액체 범죄가 잇따르면서, 사회적 인식 개선과 가해자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적 불만에 커피 투척 = 창원시 성산구 일대에서 오후 늦은 시각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여성에게 커피 등을 뿌린 혐의(폭행)로 25일 경찰에게 붙잡힌 ㄱ(32) 씨는 코로나19 등으로 쌓인 사회적 불만을 풀려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 조사에서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ㄱ 씨는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23일까지 한 달간 성산구 일대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여성들에게 물·음료·커피를 뿌리거나 침 뱉기 등 폭행(15회)을 저질렀다. 또 여성들 앞에서 자신의 성기를 노출하는 등 공연음란죄(3회)와 자전거 절도(2회) 혐의도 받고 있다.

ㄱ 씨 범죄로부터 피해를 본 시민은 20명이다. 자전거 절도를 제외한 범죄에 노출됐던 시민은 모두 여성으로, 연령대는 주로 10~20대였고, 30·40대도 있었다.

ㄱ 씨는 범행 후 피해 여성을 뒤쫓아가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6일 ㄱ 씨는 침을 뱉은 여성을 몰래 따라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 당시 이 여성은 ㄱ 씨가 자신에게 침을 뱉은 사람이라고는 인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여성은 ㄱ 씨 행동을 수상히 여기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ㄱ 씨와 승강이를 벌였고, ㄱ 씨가 자리를 뜨면서 다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ㄱ 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해 7월께 직장을 잃고 코로나19 확산 이후 집 밖을 나가지 못해 사회적 불만이 쌓였고 이를 풀고자 커피 투척 등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공연음란죄와 관련해서는 '과거 강제추행으로 형사 처벌받은 전력이 있어서 신체적 접촉은 하지 않고 범죄를 저질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ㄱ 씨 도주를 막고 반복적인 범죄에 따른 시민 불안감을 없애고자 26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여성들에게 엄청난 공포 = 경남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액체 뿌리기' 범죄가 일어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해에서도 유사한 범죄를 저지른 남성이 지난 1월 경찰에게 붙잡혔다. 김해중부경찰서에 따르면, 20대 중반인 ㄴ 씨는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6시께 김해 분성로 일대에서 집으로 귀가하던 한 여성에게 흰색 점액질의 액체를 뿌리고 달아났다. 현장감식에 나선 경찰은 이 액체가 연유와 계란 등으로 만든 가짜 정액이라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ㄴ 씨는 50㎖ 페트병에 가짜 정액을 담고 다니다 피해 여성을 발견하고 옆을 지나며 뿌렸다. ㄴ 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호기심에 그랬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추행 고의가 충분히 있고, 가짜 정액이라 할지라도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다'며 ㄱ 씨에게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해 2월 검찰에 송치했다.

액체 범죄 피해자들은 다행히 화상 등 신체적 상해가 크지 않았지만, 여성단체는 이러한 범죄로 말미암은 정신적인 피해가 상당하다고 경고했다.

윤소영 경남여성단체연합 사무국장은 "단순히 옷을 버리는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며 "액체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몰라 여성들에게는 아주 큰 공포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3자를 스치기만 해도 긴장이 되는 코로나19 시국에서 액체 범죄는 더 엄중하게 다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 같은 범행이 '여성을 사회적 약자로 인식하는 분위기'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범죄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건 '피해 여성이 나를 쫓아오지 못할 것이다', '나를 힘으로 제압하진 못할 것이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는 잘못된 성 고정관념과 성차별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약자를 쉽게 규정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누구나 이 같은 범죄를 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항규 경남대 경찰학과 초빙교수는 검거의 확실성과 처벌의 엄격·신속성을 강화해 이 같은 범죄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반드시 잡힌다는 것을 잠재적 범죄자에게 알려 범죄 실행 의욕을 포기하도록 해야 한다"며 "가혹하고 신속한 처벌이 뒤따른다는, 무언의 경고를 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생활 전반의 경비 상태를 강화하고 폐쇄회로(CC)TV 등 물리적인 환경 확충도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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