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사업 선정 형평성 논란
회화 96건-사진 9건 대비
사진가들 분야별 편성 주장
진흥원 "신청인 수 고려를"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주관하는 지역문화예술 육성지원사업에 지원한 사진작가 ㄱ 씨는 지난 19일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사업선정 결과가 진흥원 누리집에 공고됐다는 내용의 문자였다. 게시글을 열어봤더니 사진 분야 선정 건수는 9건만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회화 분야에선 100건 가까운 사업이 선정돼 예산 3억 950만 원이 편성된 반면 사진 분야엔 이보다 한참 못 미치는 액수인 2700만 원이 지급된다는 내용도 적혀 있었다. 이를 본 ㄱ 씨는 "지역 예술인을 지원하는 사업이라면 신진작가와 중견작가를 구분해서 예산을 지원하거나 공평하게 예산편성 규모를 분야별로 조정해서 사업을 해야지 회화에만 지원금을 몰아주는 건 공정하지 않은 일"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사진작가 ㄴ 씨는 사진 분야 지원사업에 책정된 예산과 선정규모가 워낙 적어 신청서를 아예 내지 않았다. 공들여서 지원서를 작성해 제출하더라도 회화에 예산이 몰려 있어 사진작가들이 지원금을 따내는 건 하늘의 별 따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ㄴ 씨는 "신청서 작성에 공을 들였는데도 선정되지 않는 지인들을 주변에서 많이 봐서인지 선뜻 지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며 "4번이나 신청했는데 한 번도 선정이 되지 않는 분도 있다. 다른 분야에 비해 사진 분야 지원을 소홀히 하는 것은 형평성이 어긋나는 처사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지역예술인들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사진작가들에 대한 지원이 적어 경남지역 사진가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진흥원은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지난 2월 28일까지 2개월간 회화, 문학, 연극, 공예, 서예, 사진 분야 등 공모를 진행해 신청사업 1053건 중 419건을 지원사업으로 최종 선정하고 지난 19일 결과를 발표했다. 지역문화예술 육성지원사업은 지역 예술인을 지원하고자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추진 중인 사업이다. 경남도로부터 사업을 위탁받아 지난 2010년부터 진흥원이 사업을 주관하고 있다.

진흥원은 동양화와 서양화, 한국화 등 회화 분야에선 222건 중 96건을, 사진 분야는 30건 중 9건(단체 7팀, 개인 2팀)을 지원사업으로 최종 선정했다. 사업 건당 적게는 300만 원에서 많게는 500만 원까지 예산이 책정됐다. 전체 사업비 16억 2400만 원 가운데 회화에 투입되는 예산은 3억 950만 원. 올해 사업예산 24%에 해당하는 수치다. 사진 분야는 2%도 되지 않는 예산(2700만 원)이 편성됐다.

회화 분야에 몰려 있는 예산을 다른 곳에도 공평하게 분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의 한 사진작가는 "예술인을 지원하는 사업이라면 공평하게 분야별로 예산을 편성하는 게 맞다"며 "한 분야로 예산이 편중된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지역문화예술 자체가 한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진작가는 "어차피 지원해도 선정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사업에 지원조차 하지 않는 작가들이 많다"며 "사진 분야 예산지원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지원자도 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예술진흥팀은 회화 예산규모가 더 많은 건 지역에 회화작가들의 신청이 더 많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공모과정에서 회화 지원이 사진보다 더 많았다. 분야별로 예산을 조정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며 "예산이 더 늘어나야 조정이 가능할 거다. 내년엔 20억 원 정도까지 전체예산을 늘릴 수 있도록 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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