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자기 하고 싶은 일만 하려한다면
기술문명 발전은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은 하고,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좋은 것이고,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은 싫은 것으로 각인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모두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하기 싫은 일은 누가 합니까?

사람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출세하고, 부자가 되고, 유명해지려고 하는 것은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시키려는 것 아닙니까? 지금은 노예제 사회가 아니지만 그래도 경쟁에서 이긴 자들은 합법적으로 자기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시킬 수 있는 사회이다 보니 이긴 자들은 엄청난 특권을 누릴 수 있어도 그들에게서 밀려난 힘 없고, 가난하고, 배움이 짧고, 순진한 사람들은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도 이리저리 쫓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은 빈말입니다. 자유, 정의, 생명, 평화, 사랑, 행복이 무엇입니까?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자신이 하는 것이 자유, 정의, 생명, 평화, 사랑, 행복이 아닙니까?

그런데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시키는 것이 불법은 아니더라도 이미 정당화되었고, 지금도 모두가 두 눈을 부릅뜨고 자기 하고 싶은 일에만 몰두하려고 한다면 기술문명의 발전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지금 지구의 상황은 최악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고, 코로나19의 상황도 맥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행동하지 않는 어른들을 향하여 전 세계 아이들이 등교를 거부하며 지구 위기의 심각성을 외치고 있지만, 지구의 위기보다 더 심각할 정도로 어른들이 냉담한 것은 어른들이 하기 싫은 일보다 하고 싶은 일에 길들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일반인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종교인들이 더 앞장을 서서 하고 싶은 일만 하려고 하고 있으니 참담할 뿐입니다.

지금 교회는 사순절을 보내고 있고 예수님의 고난과 십자가를 묵상하고 있는데 예수님의 고난과 십자가의 의미가 무엇입니까?

예수님의 고난과 십자가는 하고 싶은 일을 하신 것이 아니라 하기 싫은 일을 하신 것이고, 오늘 예수님께서 '나를 따르라'라고 부르시는 것도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하기 싫은 일을 하라는 것일 텐데 사순절의 기도와 묵상을 통해서나마 내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한 번뿐인 세상 모두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살다가 가고 싶겠지요. 하지만 내가 태어난 것이 관계와 뗄 수 없는 것이라면 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선이 아니라 내가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이 선일 텐데 꿈에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는 세상이 아니라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사는 세상에 가 보고 싶은데 거기가 천국이라 하더라도 지금 봄꽃들이 찬란하게 피어 있는 여기도 그런 천국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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