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계절 영향 여행수요 꿈틀
도내 업계 "기획 여력도 없어"
협회 "임차료 지원 등 더 시급"

코로나19 백신 접종 등으로 희망이 생기자 여행업계가 기약 없는 예약 여행 상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경남지역 여행업계는 '실적 없는 희망 고문'이라고 비관했다.

지난해 상반기 코로나19 확산 이후 여행 소비는 급감했다. 한국관광공사의 국민 국외 관광 인원수를 보면 2019년 2871만 명에서 지난해 427만 명으로 85.11% 감소했다.

올 1월 한 달 동안 국외 관광 인원수는 8만 6000명으로 지난해 4월부터 10개월 동안 꾸준히 10만 명 미만이다. 코로나19 이전 매달 평균 250만 명이 국외 관광을 떠났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1년 만에 국외 관광 인원수가 96%나 줄어든 것이다.

최근 백신 접종, 봄기운 등에 힘입어 여행심리가 다시 깨어나고 있다. 억눌린 소비심리에 기한 없는 국외여행 예약 상품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롯데홈쇼핑에서 자취를 감췄던 국외여행 상품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고 실적도 준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사 참좋은여행은 지난 21일 롯데홈쇼핑에서 55분간 진행한 '희망을 예약하세요' 상품을 판매하며 예약 1만 5000건을 달성했다. 롯데홈쇼핑에 따르면 통상적인 여행상품 판매 한계치는 미주, 유럽 등 장거리 1000~4000건, 동남아 등 단거리 여행은 3000~6000건이다.

부푼 여행심리는 주가에도 반영됐다. 모두투어, 하나투어 등 일명 '여행주'도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3월 7170원까지 하락했던 모두투어의 주가는 25일 2만 2400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년 전 3월(2만 3100원) 수준을 회복했다. 지난해 3월 2만 6600원까지 하락했던 하나투어 주가도 이날 6만 7400원으로 2년 전 3월(7만 8000원)에 근접하고 있다.

여행업계는 국내 관광도 비대면, 건강을 중요하게 여기는 흐름에 맞춘 상품들로 여행 수요가 올라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건강을 주제로 한 웰니스(여행자가 체험을 통해 건강한 삶과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관광), 골프 여행 상품과 안전을 주제로 실외보다 실내에 머물며 힐링하는 호캉스 여행 등이 인기"라고 말했다.

이처럼 여행업계에 긍정적인 변화가 꿈틀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도내 중소여행사들은 야외 관광, 식당, 숙박 위주로 상품을 내놓는데 그런 수요가 줄어들어 업계가 사실상 고사 상태라고 한탄했다.

창원시 의창구 한 여행사는 "지난해 상반기 공을 친 후 하반기부터 무기한 휴업 중"이라며 "타 대형여행사가 추진하는 '코로나19 마치면 국외여행 패키지' 등을 기획할 여력도, 인적 네트워크도 사라진 상태"라고 말했다.

국내 관광을 전문으로 하는 거제시 한 여행사는 "벚꽃 명소 일부도 차량 통제, 접근 금지 등으로 관광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라며 "여행 흐름 자체가 바깥을 돌아다니는 것보다 호텔에서 종일 쉬는 방향으로 자리 잡아 국내 관광조차도 수요를 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도내 관광업체 580여 곳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경남관광협회는 관광업계에 각종 금전적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남관광협회 관계자는 "사실상 매출이 없는 여행사들의 사무실 임차료 할인, 면제 등이 시급하다"며 "대출 상환 기간 연장, 유예 등 자금 융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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