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황옥과 가야 번영 주역들 평등 사회 열망 담은 이야기
내달 김해문화의전당 초연
1막 1장 철기 제조 뜨거운 열기…합창 속 허황옥 등장 '압도적'
한국적 색채 입힌 창작 30곡…낯선 고전 장르 거리갑 좁혀

공존과 포용 그리고 환대. 내달 8~10일 김해문화의전당 마루홀에 오르는 창작 오페라 <허왕후>가 전하고자 하는 주요 메시지이다. 환대란 무엇인가. 이질적인 것도 차별 없이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태도다. 다양성을 추구하며 평등한 사회에 대한 열망을 담은 이야기를 만난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특히 여성의 이름을 한 오페라는 손에 꼽힐 정도이니 지역을 넘어 곳곳의 무대에 올라 호명되길 기대한다. 무엇보다 오페라 작품의 뼈대는 대본과 음악이다.

주요 역할을 담당한 김숙영(51) 작가, 김주원(37) 작곡가와 진행한 미니 인터뷰를 기초로 <허왕후>를 미리 꺼내 펼쳐본다. 

◇한국 노랫말 아리아 울려 퍼지길 = 우리말로 공기를 뜻하는 이탈리아어 아리아(Aria), 영어로 하면 에어(air)다. 외국 노랫말을 쉽게 알아듣기는 어렵다. 고전적인 음악이자 노랫말로 이루어진 오페라는 이탈리아 사람들도 소형 대본집을 들고 다니며 공연을 감상할 정도라고 한다.

한국어로 부르는 아리아. 창작 오페라 <허왕후>에서 주인공 허황옥이 부르는 아리아 한 대목을 함께 미리 보자.

'길고 길고 긴 세월 어여쁜 기억도 꽃 같은 젊음도 우리 함께 해 왔는데 (중략) 하늘 위에 날아가는 새 가녀린 슬픔도 땅 위에 뒹구는 잎사귀 파리한 아픔도 (후략)'.

허왕후 대본을 쓴 김숙영 작가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아리아를 물었을 때 보내온 대사 중 일부를 옮겨봤다. 

김 작가는 "허황옥이 함께 가야국으로 건너온 하녀 디얀시 앞에서 처연하게 부르는 노래다"며 "수평적 인간관계를 추구했던 허황옥의 면모가 잘 드러난다"고 밝혔다.

특히 김 작가는 최근 우리말에는 말 그대로 한국적인 정서가 녹아있어 오페라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도 거리감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이번 창작 오페라 <허왕후> 대본 작가 선정에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뽑힌 그는 이미 여러 작품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한국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이중섭을 소재로 한 초연작 <이중섭>을 비롯해 3·15의거 60주년을 기념해 만든 오페라 <찬란한 분노>도 김숙영 작가의 손을 거쳤다. 

관람객을 향한 인사말로 김 작가는 "허황옥과 김수로의 사랑이야기도 있지만 무엇보다 철과 문화 중심으로 민주적인 가야를 탄생시킨 그들의 이상향을 담은 작품이다"라며 "지역민에게 첫 공개를 앞두고 있어 떨리지만 즐기는 마음으로 함께 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오페라 시민에게 한 걸음 가까이 = 오페라가 한국적인 장르라고 느끼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보다 한국적인 색채를 입히거나 새로운 레퍼토리를 구축하는 예술가들은 늘 있었다. 주목받지 못했거나 주목하지 않아서 그랬고, 클래식 시장이 좁은 원인도 한몫했다. 

그런 점에서 <허왕후>의 탄생은 의미가 있다. 오페라 서막은 가락국 철기 제조장에서 1막 1장 '불을 붙여라 쇠를 넣어라' 합창으로 연다. 철기 제조 모습에 감동한 아유타국 사람들이 등장하며 그 무리 속에 허황옥이 있다. 쇠가마 작업장에 날이 저물자 기술자와 백성은 집으로 갔지만 쇠 연구에 여념이 없는 김수로. 그런 김수로를 지켜보다가 호감을 느끼는 허황옥. 둘의 관계는 점점 익어간다. 

오페라의 주요 서사로 사랑을 놓칠 순 없지만 김해 대표 문화 콘텐츠 아닌가. 선진 철제기술과 해상무역을 자랑하던 가야로의 시간 여행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특히 노랫말도 중요하지만 음악적 표현이야말로 오페라 완성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허왕후> 음악을 책임진 김주원 작곡가는 독창·중창·합창을 비롯해 배경음악 등 30개 오페라 곡을 만들었다.

김 작곡가는 "김해 시민들에게는 이미 설화를 통해 익숙한 줄거리기에 음악 표현에 무엇보다 신경을 많이 썼다"며 "예술적 요소도 작곡에서 중요하지만 듣기 편하도록 대중적인 곡을 만들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 작곡가는 등장인물에 맞는 악기를 연결지어 곡 작업을 했다. 허황옥-플룻, 김수로-클라리넷, 디얀시-오보예, 이진아시-트럼펫 등 인물별로 특징이 드러나도록 말이다. 

그는 서양 현대음악 부문에서 최근 주목받는 차세대 인물로 윤동주를 그린 창작 오페라 <너에게 간다> 제작에도 참여한 바 있다. 과거 2016년 윤동주 시에 곡을 붙인 '무서운 시간'이 지난해 방송한 JTBC <팬텀싱어> 경연곡으로 무대에 올라 높은 더욱 알려졌다. 또한 유튜브 채널 '월간 김주원'으로 매월 작업한 곡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가야사 담은 문화예술 콘텐츠 탄생 = 단순히 가야 건국신화의 재현에 그쳐서는 안 된다. 탄탄한 이야기 구성으로 관객의 이목을 끌기에 이제 준비는 끝났다. 극을 이끌어 가는 중심 인물 허황옥 역에 소프라노 김성은·김신혜가, 금관가야의 1대 왕인 김수로 역에는 테너 박성규·정의근 등 20명의 주·조역이 열연을 펼친다. 전국 무대를 평정한 이부터 지역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이까지 다양한 인적 구성으로 관객을 만난다.

앞서 만나 본 김숙영 작가와 김주원 작곡가를 비롯해 신선섭 제작감독, 이의주 연출감독, 장윤성 지휘자 등 7명의 주요 제작진이 한마음 한뜻으로 시민과 호흡할 준비를 앞두고 있다.

오페라 <허왕후>는 44명의 김해시립합창단, 18명의 최선희가야무용단, 45명의 페스티벌 오페스트라가 함께 장엄하고 섬세한 무대를 꾸민다. 

첫해 국비 5억과 시비 5000만 원을 투입해 김해에서 초연 무대를 선보이는 만큼 지역 예술인들과 무대에 오를 기회를 나눠 가졌다. 동시에 이름이 곧 명성인 이들도 함께 참여했으니 창작 오페라 <허왕후>가 전국과 세계 무대로 뻗어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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