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 달'전국 첫 여성청장 "고향 동네라 더 잘하고 싶어"
반발 부딪힌 가포물양장 개량, 의견 청취·재검토 용역 예정
서항지구 친수공원 조성 지연 "예산 증가…연내 완공 만전"

김혜정(48) 마산지방해양수산청장이 지역사회로부터 거센 반발을 산 마산 앞바다 모래부두 건설과 관련해 재검토 용역을 거쳐 내년 상반기에 결론을 짓겠다고 밝혔다.

또 6월 완공 예정인 마산항 서항지구 친수공원 조성사업이 불가피하게 지연되게 됐다며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 청장을 지난 23일 만나 주요 현안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마산해양수산청은 국가관리무역항(마산항)과 국가어항(20곳)·항만 개발·운영, 해상교통 안전, 해양환경 보전, 선원·어업인 권익향상 등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김 청장은 전국 지방해양수산청 첫 여성 청장이다. 1999년 공직생활을 시작한 김 청장은 해양수산부 선배 중 여성은 1명뿐이라고 했다.

김 청장은 "첫 여성 청장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해수부에 있을 때도 그냥 '김혜정 과장'이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직생활 초창기 '여자 사무관치고 잘하네'라는 말에 몹시 기분이 나빴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성인데 이렇다저렇다 하는 평가를 벗어나 업무로만 평가를 받고 싶다고 했다.취임한 지 한 달 조금 지난 김 청장은 주요 현안을 속속들이 꿰뚫고 있었다. 인터뷰 때 배석한 담당 과장 3명의 부연 설명은 거의 필요 없을 정도였다.

김 청장은 "고향 동네라서 더 잘하고 싶다"며 "지역에서 원하는 요구를 적극적으로 경청해 기존에 추진 중인 것은 최대치를 반영하고, 새로운 요구사항은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서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모래부두 재검토 용역 = 김 청장은 모래부두 조성 문제를 현안 중 가장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마산 앞바다 모래부두 건설사업(마산항 가포물양장 개량공사)은 공사 현장에 필요한 바닷모래를 채취해 쌓아두는 곳이다. 기존 모래부두는 서항·중앙·1부두를 친수공간으로 바꾸면서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이전됐다.

2014년 6월 제3차 항만기본계획에 반영된 이 사업은 경남·부산지역 모래 수요 증가로 부두가 더 필요할 것이라는 예측에 따른 것이다. 구체적으로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창대교 인근 공유수면 6700㎡를 메워 5000t급 화물선 1선석 부두를 짓는 것이다.

▲ 김혜정 마산지방해양수산청장이 23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정부경남지방합동청사 내 사무실에서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김혜정 마산지방해양수산청장이 23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정부경남지방합동청사 내 사무실에서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환경단체와 마산합포구 6개 동 주민자치회, 창원시 등은 모래부두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창원물생명시민연대는 모래 물동량이 줄어드는 추세인데도 또 바다를 매립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주민은 날림 먼지와 환경오염 등을 우려하고 있다. 창원시는 추진 중단을 요청했다.

김 청장은 환경단체와 주민, 사업자 등을 모두 설득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 마련을 위해 4월 말께 재검토 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과는 내년 상반기 중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산해양수산청은 사업자의 실시계획 신청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상태다.

김 청장은 "애초 기본계획에 반영되고 나서 6년 정도 지나는 동안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어민 반발 등으로 바닷모래 채취가 원활하지 않은 등 여건이 많이 바뀌었다"며 "취임 후 창원시장, 환경단체, 주민자치회, 사업자 등을 모두 직접 만나 의견을 들었다. 모래부두 사업은 위법하거나 불법적인 게 아니다. 그래서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검토 용역은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제대로 해야 한다. 다만 1년은 넘기지 않으려 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안에는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서항지구 친수공원 지연 = 22만㎡ 규모로 조성 중인 마산합포구 서항지구 친수공원은 상대적으로 '공원이 적다'고 느끼는 마산지역 주민에게 큰 기대감을 안겨주고 있다.

478억 원을 들인 서항지구 친수공원 공정률은 현재 83%다. 이 공원은 레포츠·중심·문화예술·역사상징공간 등 4개 구역으로 조성된다.

김 청장은 애초 계획보다 20억 원 정도 사업비가 더 들어 해양수산부·기획재정부와 총사업비 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6월까지 완공은 어렵다는 뜻이다. 62억 원을 들인 마산구항 방재언덕 친수공원(5만 8000㎡) 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

김 청장은 "시설 안전성·편의성 등을 더 나은 방향으로 추진하다 보니 사업비가 계획보다 더 들었다"며 "현재 회계연도 초기여서 추가 예산 확보가 빨리 진행될 것 같지 않다. 연내 완공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산해양수산청은 서항지구 친수공원 완공 전 일부 구간을 부분 개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 청장은 "서항지구 공원이 완공되면 저도 걸어서 출퇴근해볼 것"이라며 "시민에게 돌려드리는 공원인 만큼 사업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마산해양수산청은 올해 449억 원을 들여 도내 창원 원전항·광암항, 통영 욕지항, 거제 외포항, 사천 신수항, 남해 물건항·미조항, 하동 노량항, 고성 남포항 등 국가어항 11곳을 정비할 계획이다. 특히 통영 욕지항은 2026년까지 여객선 터미널, 산책로, 전망·낚시 잔교 등 해상 교통과 관광·레저 중심지로 육성한다.

개장 후 뚜렷한 실적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던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신항 물동량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5~2020년 컨테이너 8596TEU, 1만 6301TEU, 1만 7726TEU, 2만 401TEU, 1만 3627TEU, 1만 1273TEU 처리 실적을 냈다. 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다. 같은 기간 자동차·철재잡화 등 일반화물은 249만 5000RT, 295만 7000RT, 274만 5000RT, 348만 4000RT, 442만 2000RT, 301만 1000RT 처리됐다. RT는 운임톤(Revenue Tons)을 말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