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 건축 기록 근거
"회사명 변경 후"주장
남선전기-경성전기 분분
창원시 "재확인해봐야"

일본 전기회사 일한와사주식회사 사장 관사로 알려진 창원 마산합포구 월영초등학교 뒤편에 있는 1층짜리 일본식 목조건물을 일한와사 사택이 아니라 경성전기나 남선합동전기주식회사(남선전기) 관할 사택으로 불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성전기는 마산에 최초로 가로등 불을 밝힌 일본 전기회사 일한와사의 개칭된 이름이다. 남선전기는 충청도와 경상도, 전라도에 전기를 공급하던 회사다. 

◇"1939년에 지어졌다면 남선전기 관할 건물" = 한국전력 전기박물관 민병근 학예사는 22일 <경남도민일보>와 통화에서 "충청도와 경상도, 전라도를 관할한 남선합동전기주식회사가 1937년 3월 10일 출범했다. 조선와사전기, 목포전기, 남조선전기, 천안전기 등 6개 정도 회사가 합병해서 탄생한 회사"라며 "사택이 지어진 게 1939년이라면 남선전기 출범 이후에 만들어진 거니까 한일와사나 일한와사란 이름을 사택 이름에 붙여선 안 되고 남선전기 관할 건물로 보는 게 정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한와사를 한일와사로 부르는 건 남북관계나 남북정상회담처럼 우리나라를 앞에 놓고 불러서 그런 거다. 기록에 남아있는 공식적인 사명은 한일와사가 아니라 일한와사가 맞다"라고 밝혔다.

한국전력 자료집에 따르면 일한와사란 이름이 처음 지어진 시점은 1908년이다. 한일합병 두 해 전 일한와사주식회사라는 이름으로 창립했다. 1909년엔 일한와사전기주식회사로 이름을 바꾸는데, 1898년에 설립된 한성전기가 일한와사의 전신이다. 한성전기는 우리나라 최초의 전기회사다. 일한와사가 마산에 처음 붉을 밝혔다면 한성전기는 서울 종로에 처음 전깃불을 켰다. 미국 국적의 경영자인 콜브란이 1905년 한성전기 운영을 맡게 되면서 한성전기는 한미전기로 간판을 바꿔단다. 러일전쟁 이후 미국이 일본에 회사를 통째로 넘긴 뒤로는 한미전기 체제로 전환된 지 1년 만에 일한와사주식회사로 사명이 변경됐고, 그로부터 9년 뒤인 1915년엔 일한와사에서 경성전기주식회사로 바뀌었다. 회사 설립 15년 사이에 한성전기→한미전기→일한와사주식회사→일한와사전기주식회사→경성전기주식회사 순으로 5번이나 간판을 갈았다.

민 학예사는 "경성전기로 이름을 바꾼 이후 한국전력주식회사로 회사 통합이 이뤄지기 전까지 46년 동안 상호 변경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경성전기는 1937년에 생긴 남선합동전기주식회사와 1943년 설립된 조선전업 등 2개 회사와 함께 메이저 3사로 불렸는데, 경성전기는 수도권 지역을, 조선전업은 평양 등 한강 이북 지역을, 남선전기는 대전부터 그 이남 지역을 관할하며 전기를 공급했다. 관할 구역으로 봤을 때 창원에 있는 사택은 남선전기 건물이 맞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성전기주식회사 마산지점장 사택으로 봐야" = 허정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상임감사는 경성전기로 사명이 바뀐 뒤에 생긴 건물이기 때문에 사택 이름 역시 경성전기 사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일와사나 일한와사 모두 경성전기로 사명이 바뀌기 전 명칭인 데다, 건물이 지어진 시점 역시 1939년이어서 사명이 변경된 시점을 기준으로 이름이 붙여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허 상임감사는 "1915년도에 일한와사 사명이 경성전기주식회사로 바뀌게 된다. 경성전기로 이름이 변경되고 24년이 지나 사택이 (월영초등학교 뒤편에) 지어졌다"라며 "건물이 지어진 게 1939년이었다. 건물의 정확한 이름은 경성전기주식회사 마산지점장 사택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일와사는 일한와사보다 더 잘못된 명칭이다. 둘 다 이름이 다른 것이기 때문에 바로잡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원시는 경상대 산학협력단과 창원대 산학협력단 두 곳에 '창원시 근대건조물 보전 및 활용 기본계획'이라는 이름으로 용역을 맡겨 2014년 5월과 2020년 9월에 각각 조사결과를 받았다. 경상대 첫 조사와 뒤이어 진행된 창원대 조사에서도 사택 명칭은 한일와사로 규정됐다. 이에 창원시는 용역 결과에 따라 해당 건물을 한일와사 사택으로 불러왔다.

이유정 시 문화예술과장은 "2014년부터 한일와사라는 이름으로 건물 이름을 불러왔다. 추후 건물 소유주가 가진 고문서 등 자료를 확인해보고 정확한 이름으로 사택명을 정정할 계획"이라며 "소유주 말을 들어보면 건물 거실 안에 1910년도 아사히신문이 붙어있다고 한다. 공부 관리가 늦어져서 건축시점이 1939년이 된 것일 수 있기 때문에 건물명과 함께 건축 연도도 다시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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