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업 'NO 리스크'위해 25년간 미적
혁신 외치는 롯데 고질 문제 개선 급선무

롯데그룹은 현재 정말 어려울까. 최근 롯데 그룹 관련 기사들을 보면 근간인 유통이 위태로워지면서 통계 지표상 롯데가 힘들다고 판단하고 있다.

2020년 4월 론칭한 쇼핑 플랫폼 '롯데온'이 경쟁에서 참패한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쇼핑 거래가 특수를 맞았다. 그러나 지난해 롯데의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거래액은 7조 6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7% 성장했다. 같은 기간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19.1% 증가했고, 신세계그룹 통합 쇼핑몰 SSG닷컴 거래액이 37%나 오른 것에 비하면 저조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 첫 사장단 회의 때 '혁신'을 외쳤다. 하지만 전형적인 일본 스타일 경영 방식을 기반으로 한 롯데 조직의 문제점 쇄신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리스크 없는 사업, 경직된 조직 문화, 신속하지 못한 의사 결정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롯데의 사업 성향은 지역에도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김해관광유통단지 사업 하나만 봐도 롯데 특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김해관광유통단지 조성사업은 25년 전인 1996년 10월 29일 경남도와 민간개발사업자로 선정된 롯데가 협약을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물류 시설, 아웃렛, 시네마 등 소위 돈되는 사업만 하고 수익성이 낮은 사업은 시작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호텔, 콘도, 테마파크, 마트 등 시민들의 관광휴양 시설을 조성하는 3단계 사업은 2016년 착공 후 4년이 지난 지금도 공정률이 5~20%에 불과하다.

사업이 신속하게 추진되지 않자 김해시의회는 지난해 11월 30일 '김해관광유통단지 조성 사업 조속 준공 및 개발이익금 지역 환원 촉구 결의안'을 채택해 롯데를 압박했다. 그동안 롯데가 여러 번 꼼수를 보여왔기에 더는 못참겠다는 경고다.

롯데는 지난해 10월 경남도·김해시와 실무협의회를 열어 같은 해 12월 말까지 3단계 사업 추진 계획안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침묵했다. 허성곤 김해시장은 신동빈 롯데 회장에게 서한을 보내 사업 진행을 촉구했으나 올해 2월 말까지 답변을 주기로 해놓곤 묵묵부답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롯데가 신 회장에게서 아직 답변을 못 받았다며 답변 기한을 3월 말로 미뤘다"고 했다.

올해 초 허성곤 김해시장이 농담 반 진담 반 "롯데 회장 집 앞에서 1인 시위라도 할 생각"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김해시로서는 2024년 전국체전 개최 전까지 호텔 등이 건립돼야 하는 간절함이 있다. 그러나 현재 롯데 회장 뇌리엔 국내 이커머스 시장 3위 기업인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가득하다. 롯데 속성상 김해관광유통단지는 리스크 없게 추진해야 하고, 호텔 계획안도 신속히 결정되지 않을 것이므로 김해시 속을 태울 전망이다.

재계 5위 롯데 어려움과 김해지역민 어려움의 간극은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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