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불평등 탓 양극화·사회분열 심화
악행 터졌을 때 수단 총동원해 뿌리 뽑자

땅따먹기 놀이를 하던 때가 생각난다. 나라 영토를 넓히는 재미였는지, 먹고살 내 소유 땅을 한 뼘이라도 더 만들려 했는지는 모르겠다.

언제부터 시작한 지 모르는 전래놀이니 잦은 외침 속에서 넓혀야 빼앗기지 않는다는 학습이었을까, 권력이 독점한 땅을 갖고픈 바람이 서린 걸까.

독점과 세습의 역사였다. 모든 땅은 봉건 왕조의 소유였고, 영주들에게 땅을 하사하기도 했다. 힘이 강해진 권문세족을 견제할 때 토지제도가 바뀌긴 했으나 계급제에서 그대로였다. 조선 말기 동학농민군이 폐정개혁안에서 '토지는 균등하게 나눠 경작한다'고 내세운 게 겨우 120여 년 전이다.

일제강점기 농민들은 이중 고통을 겪었다. 일제는 토지조사로 식민지 수탈을 위한 '지주-소작'을 제도화했다. 해방 이후 남한은 '유상매입-유상분배' 방식으로 농지개혁을 했다. 그러면서 농사짓는 사람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는 '경자유전' 원칙이 확립됐다.

그러나 땅을 향한 갈구와 부패는 사그라지지 않는다. 신도시, 산업단지 개발과 보상과정에서 졸부도 생겼다. 단어 쓰임새를 보면 깎아내리는 듯하지만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특권층의 부패와 독점은 강화되고 있다.

땅은 먹고사는 기본적인 생존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불로소득을 키우는 도구가 돼버렸다. 토지소유현황 통계(2019년 말)를 보면 우리나라 개인 토지소유자는 전체 인구의 34%인데, 토지면적 기준 상위 50만 명이 전체의 53%를 보유하고 있다. 소득기준으로 보면 상위 10% 최고소득층이 77%를 가졌다. 토지가액 100억 원 이상을 소유한 이만 7952명이다.

독점과 세습은 양극화를 심화하고 사회를 분열시킨다. 국회의장 직속 자문기구인 국회국민통합위원회가 최근에 발표한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부동산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89%는 한국사회 분열과 갈등이 심각하다고 했고, 그 원인으로 정치(63%)와 경제(31%)를 꼽았다. 경제양극화 해소를 위해 부동산 등 자산불평등 완화를 우선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부동산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너진 토지공개념을 명확히 하고, 불로소득을 환수해야 한다. 공공토지임대제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 공공이 토지를 소유하며 개인은 토지를 장기간 임차해서 쓰고 지대를 내는 방식이다.

땅따먹기 놀이, 역사를 거슬러, 불평등과 양극화, 공공토지임대제까지 장황하게 풀어놓은 이유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건 때문이다. 내부 개발정보를 이용해 배를 불리는 악행이 이번에만, LH에만 있었겠나.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터졌을 때 완전히 뿌리를 뽑아버려야 한다. 특별검사제, 국회의원 전수조사, 국정조사, 감사, 누가 수사를 할지 정치권이 이리저리 재지 말고 할 수 있는 거 다하자.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뿐만 아니라 지방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선출직까지 이참에 싹 다 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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