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개관 전 상량식 열고 축원
창원시 근대건조물심의위원회
오늘 현장조사·지정 여부 결정

"마산 시민극장이 시민과 예술인 품으로 돌아옵니다."

마산예총이 11일 오전 11시 30분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옛 시민극장 터에서 상량식을 열었다. 소극장과 문화예술센터 탄생을 염원하는 지역 예술인과 시민사회단체 대표, 기업 대표, 시의원 등 7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상량은 마룻대를 뜻하는 단어로 옛 목조 건물 건축 때 골조가 거의 완성된 단계에서 대들보 위에 마룻대를 올리는 행위다. 특히 공사와 관련된 기록과 축원문이 적힌 상량문을 봉인하는 의식이다.

이날 상량식은 사회자 정연규 마산예총 사무국장의 인사로 문을 열고, 윤형근 마산예총 회장이 축원문을 낭독해 2층 높이 공간에 널리 울렸다.

윤 회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시민과 예술인 도움으로 시민극장을 재탄생시키는 역사의 한가운데 있다"라며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 위에 서 있던 나날이 한순간에 잊히는 날이다"라고 말했다.

마산예총은 일반 건물주 소유의 옛 마산 시민극장 터를 임차하는 조건으로 소극장을 운영한다. 지난해 12월 공사를 시작한 이래 묵은 먼지를 털어 내고 내달 3일 개관을 목표로 달려가고 있다.

또한 창원시 근대건조물심의위원회가 12일 현장조사를 거쳐 근대건조물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 11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옛 시민극장에서 공연장(마산문화예술센터) 재개장을 위한 상량식이 열리고 있다. 상량식은 건물의 골조가 거의 완성된 단계에서 대들보 위에 마룻대(상량)를 올리고 기념하는 의식이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11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옛 시민극장에서 공연장(마산문화예술센터) 재개장을 위한 상량식이 열리고 있다. 상량식은 건물의 골조가 거의 완성된 단계에서 대들보 위에 마룻대(상량)를 올리고 기념하는 의식이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경과보고에 이어 고사를 지낸 이후 축하 인사말이 오갔다.

참석자를 대표해 김장희 3·15의거기념사업회 회장이 첫 번째 축사를 했다. 김 회장은 "100년 역사를 지닌 시민극장이 시민과 예술인의 품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에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더없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현수 경남민예총 이사장은 "어려운 여건 속에도 공간을 재탄생시키고자 애쓰는 예술인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며 "지역 예술인에게 활력을 주는 기회로 삼고 한마음으로 끝까지 응원하자"고 강조했다.

마산 시민극장은 예술인과 지역민들에게 추억의 장소이자 역사성을 지닌 곳이다.

1908년 당시 시민 대의 기관인 마산 민의소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이 자리에 건립되어 공회당이라 불렸다. 이후 1920년 마산지역 문화운동의 구심점이 된 마산구락부 회관으로 이름을 바꿨다. 일제강점기 일본인 소유로 넘어가 공락관으로 변모했고, 광복 이후 1946년 박세봉 씨가 인수해 시민극장이 탄생했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영화를 보던 이들로 넘쳤던 시민극장은 지난 1995년 폐관했다. 이후 옷가게, 롤러스케이장으로 활용됐으나 우여곡절 끝에 영업을 포기하고 나가는 일이 이어졌다. 이제는 시민극장으로 다시 부활한다.

현장 입구에서 참석자 명부를 받고 있던 정현숙 창동예술촌 입주작가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정 작가는 "잊힌 장소가 오늘 상량식을 기점으로 기억의 장소로 거듭났다"며 "예술인으로서 자긍심을 가지고 공간을 지키고 많은 시민이 발걸음 해주길 소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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