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대우조선 수주 순항
기자재업체 버티기 안간힘

수주 절벽을 겪었던 국내 조선업계가 지난해 말에 이어 연초부터 수주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조선업황이 바닥을 치고 상승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온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에 속하는 대형 조선사 2곳을 둔 거제와 각종 조선기자재업체가 포진한 경남 경제가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12월 전 세계 발주량 667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 가운데 67%(449만CGT)를 수주했던 국내 조선소는 올해 들어서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올 1월 한 달간 전 세계 선박 발주량 180만 CGT 가운데 한국은 절반 이상인 93만 CGT를 수주하며 1위에 올랐다. 이는 지난해 1월(7만CGT)과 비교하면 13배가량 급증한 수치다.

특히, 올해 1월 발주된 대형 컨테이너선 8척을 비롯해 대형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2척, 초대형유조선 2척 등을 모두 수주하며 주력 선종에서 100% 점유율을 기록했다.

◇양대 조선소 수익 개선 전망 = 삼성중공업은 올해 수주 목표를 78억 달러로 잡았다. 2월 말까지 17억 달러어치, 수주 목표치의 22%를 달성했다. 삼성중공업은 세계 물동량 회복과 운임 인상 등에 따른 선사 수익성 개선이 신조 발주 시장에 긍정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LNG 운반선과 LNG 연료 추진 선박 등 친환경·고효율·스마트 기술을 요구하는 발주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축적된 건조 능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친환경 흐름을 예견하고, 친환경 선박과 스마트 기술력 등 차별화된 기술 개발로 수주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77억 달러를 수주 목표로 잡은 대우조선해양은 2월 말까지 초대형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2척, 컨테이너선 4척 등 총 6척 약 6억 달러어치를 수주해 목표 대비 약 7.8%를 달성 중이다. 대우조선은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이 어느 정도 반영돼 시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왕삼동 대우조선 전략기획담당 상무는 "몇 년간 워낙 힘든 시기를 보내 이제 회복할 거라는 희망을 품고 있지만 당장 눈에 띄는 변화를 예상하긴 어렵다"면서도 "지난해보다는 가시적인 시장 회복 움직임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조선 불황으로 고전하던 선박용 엔진제조사 창원 HSD엔진도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수주에 힘입어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HSD엔진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부터 수주 증가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대형 LNG 프로젝트 발주 시기에 따라 올해 1조 원 수주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국내 조선업계가 지난해 말에 이어 연초부터 수주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  /삼성중공업
▲ 국내 조선업계가 지난해 말에 이어 연초부터 수주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 /삼성중공업

◇'낙수효과' 보려면 최소 8개월 = 업계에서는 대형조선소가 수주한 물량이 현장 일감으로 풀리려면 최소 8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주문형 조립산업'인 조선업은 수주 이후 설계·자재 계약 등 절차를 거쳐 건조 착수까지 보통 1년 넘게 걸린다. 현재 수주가 곧 일감은 아니라는 뜻이다.

김주영 한국해양플랜트기자재협회 사무국장은 "역추적하면 올해 일감은 2019년과 2020년 초에 수주했던 물량인데, 당시 수주량이 적었을 뿐 아니라 이마저도 저가 수주 공세로 많은 물량이 중국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최근 수주 규모를 볼 때 2022년부터 당분간은 조선업 호황이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세계적인 경기 불황과 코로나19 사태로 경영난을 겪는 지역 기자재 업체들은 '일감 보릿고개'를 넘어설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거제 대형조선소의 1차 협력업체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일감이 없다고 보면 된다. 2022년 상반기에 물량이 나온다고 보면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 솔직히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모처럼 활기를 찾는 모습이지만 조선업의 가장 큰 변수는 역시 '코로나 재확산'이다. 백신이 보급되면서 경제가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코로나 재확산 위험성도 있기 때문이다. 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 지연에 따른 불확실성도 변수다.

2019년 합병을 발표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한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등 6개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받고 있다.

중국과 싱가포르, 카자흐스탄은 합병을 승인했고, 한국과 EU, 일본에선 심사가 진행 중이다. 남은 3개국 중에서는 대형 선주사가 많은 EU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쏠린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