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합포구 육호광장 부근
유치원 교사 출신 부부 운영
시집·그림책 등 서적 다양
차 마시며 쉬어가기 좋은 곳

80여 년 전 시인 백석이 흠모하던 통영 처녀 란(蘭)을 만나기 위해 스쳐간 자리에 책방이 생겨 눈길을 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육호광장 부근 '백석이 지나간 작은책방'이다.

대표 박연숙(54) 부부는 '1936년 당시 백석이 마산역사(현 육호광장)를 나와 통영으로 가는 배를 타려고 불종거리를 따라 걸었다'는 본보의 기사를 보고 책방 이름을 지었다.

▲ '백석이 지나간 작은 책방' 외관.  /김민지 기자
▲ '백석이 지나간 작은 책방' 외관. /김민지 기자

인상적인 책방 이름 덕분에 호기심에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

부산에서 유치원 교사를 한 부부는 마산에서 책방 주인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그들이 책방을 차린 이유는 책을 좋아하고 잘 알기 때문이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남편은 서점만 가면 책을 꼭 샀다. 특히 시에 관심이 많고 좋아한다. 소설과 비교해 시 한 편 읽는 데 부담이 없고 필사하거나 선물하기도 좋기 때문이다."

책방에는 백석과 관련된 서적을 비롯해 시집, 그림책 등이 다양하다. 부부는 책방 규모가 작은 편(약 7평)이라 주기적으로 책을 선별해 바꾼다. 한편에는 카페도 있어 차를 마시며 잠시 쉬어가도 좋다.

책방 주위를 살펴보니 부부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 '백석이 지나간 작은 책방' 내부.  /김민지 기자
▲ '백석이 지나간 작은 책방' 내부. /김민지 기자
▲ '백석이 지나간 작은 책방' 내부.  /김민지 기자
▲ '백석이 지나간 작은 책방' 내부. /김민지 기자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누구나 잠시 쉴 수 있게 책방 앞에 의자를 갖다 놓았다.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거울을 설치했다.

부부와 이야기하는 동안 한 주민이 "공짜로 커피가루를 줘서 고맙다"며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요즘 사람들은 책을 실용적인 관점에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굳이 돈벌이나 인생에 도움이 되고 안 되고를 생각할 필요가 있나. 책을 통해 다른 세계, 재밌는 세계가 있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책방 앞 의자와 거울처럼 사람들이 부담없이 찾는 공간이 되길 바라고 저희들 또한 책과 함께 배우면서 책을 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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