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신문 발행량 인증·지원 개선해야
링크세·플랫폼 열독 인증제 도입 필요

2020년 11월 "일간신문공사 부정행위를 조사해야 한다"며 부수 조작을 폭로한 ABC협회 내부 진정서가 문화체육관광부에 접수됐습니다. ABC협회란 신문발행부수 공사제도로 유료 발행부수를 인증하는 국내 유일의 공사기구입니다.

문체부는 지난 1월 조사단을 꾸려 전국 7개 신문지국을 상대로 현장조사에 나섰고 정부가 신문부수 문제를 정식으로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런데 2020년(2019년도 분) 공사결과 조선일보가 95.94%의 유가율(혹은 성실률)을 기록했고 한겨레신문 유가율도 93.73%였습니다. 조선일보 성실률 95.94%는 100부를 발행하면 96부가 돈을 내고 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미디어 오늘>이 입수한 문체부 신문지국 현장조사 결과 모두 9곳의 조선일보 표본지국에서 보고 부수는 15만 7730부, 실사 부수는 7만 8541부로 평균 성실률 49.8%를 나타냈습니다. 요약해보면 ABC협회 공시에서 지난해 조선일보 유료부수가 116만 2953부라고 발표했는데 문체부 조사를 반영하면 조선일보 실제 유료부수는 58만 1476부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여타 언론도 유가부수 조작에 동참했는지, 그리고 다수 언론이 크고 작은 조작에 동참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해결책과 정책 대안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앞으로는 언론사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와 그 원인 및 해결책을 찾는 복잡하고 지난한 과정이 있겠지만 여기서는 그럴듯한 추정과 해석을 해볼 수 있습니다.

먼저 유가부수 조작은 조선일보에만 국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됩니다. 종이신문에서 디지털 신문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구독자가 감소하는 사양 산업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 아닙니다. 그렇지만 유가부수 조작은 높은 도덕성과 정직성을 요구하는 언론기관에 용납되기 어려운 관행이라고 판단됩니다. 그 원인과 책임소재를 찾아서 해당 임직원을 고발 혹은 고소하고, 당해 언론사에 대한 광고비와 지원금을 환수하는 등 후속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ABC 제도의 개선은 종이신문 구독에만 해당되므로 현재 온라인 뉴스 이용과 수익구조에 대한 대안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언론계 낡은 질서 중에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정책이 있다면 유료화 정책일 것입니다. 유럽연합에서 시행하려는 링크세 도입을 추진함과 동시에 지금까지 종이 신문 구독 인증이 필요했다면 현재는 뉴스 플랫폼 열독 인증 제도가 도입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뉴스 시장의 불공정 행위로 지적되는 무분별한 베껴쓰기 관행도 개선되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됩니다. 발로 뛰고 노력해서 쓴 독창적인 뉴스 기사와 단순히 보도자료 혹은 타 언론사 기사를 베낀 기사를 구분하지 않고 클릭수 경쟁으로 동일하게 취급하는 한 종이 신문 유료부수 인증제도 개선은 미봉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변화된 현실에 맞는 언론혁신 정책과 법제 마련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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