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지원은 예술의 사회 가치 높이는 것
소득보전 넘어 창작·주거 안정도 도움을

예술인 복지법 제2조 2항에는 '예술인'이란 예술 활동을 업(業)으로 하여 국가를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풍요롭게 만드는 데 공헌하는 사람이라고 하여 예술인의 사회적 공헌을 법으로 확인하고 있다. 그리고 문화기본법에는 국민의 문화권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의 책무 등을 명문화하여 국가적 차원의 문화 융성 비전과 종합적 방안이 추진될 수 있는 제도적 토대를 구축하고 있다.

그래서 예술인들에게 활동할 수 있는 기본 생계 조건을 국가가 보장해주는 문제의식에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인긴급복지지원사업'이 있고, '예술인 창작준비금지원제도'가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예술인들에 대한 지원논의가 코로나19 상황에서 재난기본소득 지원을 계기로 확산되고 있다. 경기도를 시작으로 청년기본소득, 농민기본소득, 예술인기본소득, 농촌기본소득 등의 사회실험이 활발하게 추진되거나 논의되고 있고, 이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농민기본소득'을 추진 중인 가운데 '경기도형 예술인 기본소득'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충남도는 예술인 생존권과 생활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충남형 예술인 기본소득제'를 '충남 2030문화비전'에 담아 추진하고 있고, 또 부천시 장덕천 시장은 선도적으로 예술인기본소득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경남에서도 2011년 12월 15일 예술인 복지조례 제정을 위한 경남도의회 공청회에서 예술인 기본소득이 논의된 바 있었다. 당시 경남대 사회학과 강인순 교수는 예술인은 예술노동자로서 법적 보호를 받아야 하는데, 이는 곧 예술인의 권리 또한 시민권 차원에서 보장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예술인 기본 소득제'를 제안했다.

강 교수는 이에 대해 "예술인들이 생계 걱정없이 자유로운 창작활동이 가능하다면, 이러한 창작활동은 미래 사회에 중요한 발전 동력이 되리라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문화 분야 예산 비중도 경남이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16위(0.68%)로 최하위권이고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떠나는 인구의 3분의 2가 청년이라는 사실도 문화정책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지금 그래서 '경남형 예술인 기본소득'이 제기되는 것이다. 예술인 기본소득에서 지원하는 정책안들이 대부분 평균적인 소득에서 미달되는 액수를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편이지만 경남형 예술인 기본소득은 수도권에 비해서 낙후된 창작여건 개선과 주거안정 문제를 같이 지원할 때 비로소 경남형이 만들어질 것이다.

물론 공공의 지원을 요구하면서 유독 예술가에게 공적자금이 투입되어야 한다면 공공재로서 문화예술창작의 특수성이나 공공의 이익에 기여한다는 것을 설득하는 게 필요할지도 모른다. 여전히 예술가의 노동이 우리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하는가 하는 사회적인 의문을 풀어야하기 때문이다.

지금 사회적 논의가 확산되는 기본소득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인 '보편성'은 특정한 직업에 한정하는 순간 선별적인 복지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예술가들이 인간으로서 기본적 존엄성과 존재의 권리가 위협받고 있는 현실에서 인간으로서 최소한 삶의 질을 보장하는 사회적 안전망이 '예술인 기본소득'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예술가들에게 창작지원 이전에 생계지원이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예술가들에게 창작의 자유와 삶의 행복을 위한 기본소득의 실현은 결코 이기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창작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고 예술의 사회적 가치와 존재를 높이는 최소한의 창작 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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