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857개사 주가 분석
등급 상위 25% 회복력 훨씬 커
"변동성 장세서 수익률 안정적"
사회적 책임 투자도 급증세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환경'이 중요해지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가 계속 늘고 있다. 특히 ESG 경영 성과가 우수한 기업은 코로나19 같은 예상하지 못한 외부 충격에도 비교적 덜 취약하며 회복도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고려해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경영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달 <코로나19와 환경·사회책임 우수기업 주식의 성과> 보고서에서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에도 평소 환경·사회책임 성과가 우수한 기업일수록 주가 하락 폭이 작았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지난해 2월 24일부터 3월 18일까지 코로나19 사태 발생 후 주가 급락 기간의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중 ESG 평가를 받은 857개 기업 주가를 분석했다.

그 결과 ESG 등급 상위 25%(211개) 기업은 그 기간 수익률이 평균 -21.5%였는데, 하위 25%(240개)는 -26.2%로 4.7%p 차이가 났다. 또 주가가 반등한 지난해 3월 19일 이후에도 상위 25% 기업의 주가 회복력이 훨씬 더 컸다고 했다.

화학물질·화학제품제조 대기업 ㄱ 사와 ㄴ 사의 주가 변동을 한 사례로 볼 수 있다. ㄱ 사 주가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2월 24일 10만 8500원에서 3월 18일 7만 2800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5월 29일에는 11만 2500원으로 3월 18일 대비 54.5% 올랐다. 같은 업종인 ㄴ 사는 같은 기간 1만 3100원에서 9500원으로 떨어졌다가, 1만 4200원으로 49.4% 올랐다.

ㄱ 사는 지난해 ESG평가에서 '매우 우수(A+)' 등급, ㄴ 사는 '매우 취약(D)' 등급을 받았다.

연구원은 "ESG 활동은 과거 기업 이미지 홍보나 연차보고서 장식용 정도로 취급되던 단순한 사회공헌 차원을 넘어 기업을 평가하는 주요 기준으로 바뀌고 있다"며 "학계에서 아직 ESG가 실제 재무 성과로 이어지는지 명확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환경·사회책임 수준이 높은 기업의 주식은 변동성 장세에서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늘고 있다"고 했다.

이런 흐름은 ESG 관련 펀드로 몰리는 투자도 뒷받침한다. 사회적 책임투자(SRI)펀드인 KB KBSTAR ESG사회책임투자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 상품은 4일 기준 설정액이 2156억 원인데, 지난해 3월 4일 설정액(76억 원)과 비교하면 2736%나 늘어났다. 설정액은 펀드에 투입된 총투자금을 말한다. 다른 펀드도 설정액이 급증하고 있다.

국내 SRI펀드는 마이다스책임투자, NH-Amundi100년기업그린코리아, 미래에셋 TIGER MSCI KOREA ESG리더스 등 여러 상품이 있다. 공통적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LG화학 등에 투자하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2020년 말 기준 1조 6000억 원 규모였던 SRI펀드 순자산이 지난달 중순 2조 3000억 원으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펀드 순자산은 설정액을 운용해 수익·손실을 합친 것을 말한다.

유안타증권은 <2021년 주인공은 ESG> 보고서에서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주식액티브펀드 설정액은 5조 9662억 원이 감소했는데 SRI펀드는 설정액이 증가했다. 사회적 책임·ESG투자에 대한 호감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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