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도내 주민자치회 전환 현장을 일부 소개했습니다. 비슷한 내용으로 주민자치회를 계속 소개하는 것보다, 출범 초기 주민자치회에 필수적인 일이 무엇인지 소개하는 것이 더 급하지 않을까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우선, 충분한 경험을 가진 도내 주민자치회장들이 추천하는 초기 주민자치회 사업이 무엇인지부터 요약했습니다.

◇위원들이 모일 공간이 있어야

도내에서 가장 먼저 2013년 주민자치회를 시작한 창원시 의창구 용지동 주민자치회 강창석 회장이 올해 출범한 주민자치회에 당부했다. "대부분 주민자치센터 건물이 별도로 있는 구 창원지역 외에 마산이나 진해에는 주민자치회 사무실도 제대로 없을 거다. 회의야 읍면동사무소 회의실을 쓰면 되지만, 위원들이 일상적으로 모일 사무실이 있어야 한다. 요즘 말로 '커뮤니티' 공간이 있어야 한다."

같은 해 주민자치회를 시작한 거창군 북상면 임종호 회장도 이렇게 말했다. "주민자치회 사무실과 집기가 필요하다. 일상적 만남과 소규모 모임을 하는 데 필수적이다."

◇위원들이 실무 역량을 갖춰라

창녕군 남지읍 주민자치회 박해진 간사는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난 고충을 전했다. "농촌 지역은 주민자치위원 중에 실무능력 가진 분들이 적다. 교육도 같이 해야 하고, 계획서나 정산서처럼 준비할 서류도 많은데, 이런 일이 특정한 사람한테 몰리기 쉽다." "전체회의든 분과 활동이든 모일 때마다 기록해야 한다. 분과마다 그런 사람을 두고, 그렇게 하면서 실무능력을 축적해야 한다."

거창군 위천면 강신훈 회장은 지난해 출범 초기 어려웠던 점을 이렇게 말했다. "회의록 작성을 지금은 공무원이 한다. 간사가 메모해서 전달한다. 가능하면 주민자치위원이 해야 하는데, 맡을 만한 사람이 없다." "주민 주도의 주민자치회가 되려면 자치위원들이 실무적 능력까지 갖춰야 한다. 주민자치회 상근자 인건비는 보장돼야 한다."

◇위원 교육부터 하라

"우선, 주민자치회와 주민자치위원회의 차이를 스스로 실감했으면 한다." 거창군 위천면 주민자치회 강신훈 회장이 올해 새로 시작한 도내 주민자치회에 한 당부다. "전에는 읍면장이 임명하던 위원을 군수가 위촉하고,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운영을 위주로 하던 사업을 주민총회를 통해서 다양하게 확대할 수 있는 점부터 제대로 인식하면 된다."

창녕군 남지읍 주민자치회 박해진 간사도 같은 당부를 했다. "주민자치회의 기본을 다시 배우는 주민자치 학당을 계획하고 있다. 주민자치회의 출발은 교육이다. 한 사람이라도 더, 한 자라도 더 배우는 것이 출발점에 선 주민자치회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위원들 착각부터 깨라

창원시 성산구 성주동 주민자치회는 2019년 출범 때 27명이던 위원이 10명 정도 사퇴를 했다. 이통장 출마로 사퇴하고, 이사 가고, 개인 사정 등등으로.

임병무 회장은 "위원들이 이렇게 줄어든 것은 별 혜택도 없는데 일만 많은 현실도 작용했다"라고 했다. 한번 회의하는 데 2만 원 수당 주는 게 전부인데, 월 3만 원 회비까지 내야 하니, 사전 교육을 받았을 때와 현실이 달랐다. 임 회장은 "주민자치회로 바꿔놓고는 관련법도 못 만들고, 지원이 제대로 안 된다. 이런 현실을 처음 시작할 때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인근 웅남동 주민자치회 김상현 회장도 "위원들 설득하는 게 어렵다. 위원들이 주민자치교육 받을 때와 딴판이라고 한다. 지원되는 건 별로 없는데 청소다 행사다 해서 계속 나와야 하고. 회장도 어렵다"라고 토로했다.

◇위원들 간 융합이 참 어렵다

창원시 진해구 웅동2동 주민자치회 홍미옥 회장은 이런 고민을 전했다. "위원들 간에 융합하는 게 참 어렵다. 전에 주민자치위원회에서 활동했던 분들은 지역 안에서 얼마나 헌신하고 봉사했느냐를 중시한다. 공무원이나 다른 자생단체와 협력하려고 한다. 하지만 주민자치회에 새로 들어온 분들은 활동의 독립, 자율성을 중시한다. 특히 행정으로부터 독립을 강조한다. 그러니 공무원과 예산, 사업 등에서 마찰을 빚는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주민자치회 강정중 회장 역시 같은 고민과 함께 비결을 제시했다. "이전 주민자치위원회 그룹과 푸른내서주민회, 장애인단체 등에서 새로 들어오신 분들 사이에 융합 과제가 있었다. 서로 무시당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주장을 강하게 하지 말자, 특히 정치·진영 논리를 피하자고 설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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